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영상 틀지 말자. 국민을 속이는 미사여구로 포장해놨다."(오상봉 예비역 대령)

"국민들을 위한 공청회니까 자제해달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국방부가 2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태극홀에서 연 '국군사관학교'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혼란을 빚었다. 일부 사관학교 예비역 장교들은 "안규백 장관은 왜 (공청회에) 나오지 않았는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예비역 군인들 사이에서는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 통합을 전제로 이번 공청회를 연다는 반발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는 3군 사관학교 동문·생도·학부모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오늘 자리는 국방부가 준비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은 군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 무기 체계만이 아닌 장교 양성 등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 계획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신뢰하는 국방교육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 실장의 발언 직후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인사들이 연달아 마이크를 잡았다.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사관학교 출신들은 (현재) 울분에 차 있다"며 공청회 전에 ▲안규백 장관의 공청회 참석 ▲기존 사관학교 개선책과 국군사관학교 신설안 비교 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지만 국방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사관학교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공청회를 왜 하는가"라며 "3군 사관학교 동문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외쳤다.



안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 결국 불참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장관 참석 여부가 공청회 개최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안 장관의 비공개 일정 등을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3군 총동창회 측은 안 장관의 참석을 거듭 요청해온 만큼 불참에 반발하고 있다.

김 실장은 연단에 올라 국군사관학교 창설 필요성으로 ▲전쟁 양상 변화 ▲학령인구 감소 ▲미래전 대비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김 실장은 "러·우 전쟁과 (최근)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등을 보면 지(상)·해(상)·공(중) 합동 작전이 필요하다"며 "2030~2035년 학령인구가 17만명이 줄어든다. 민간 대학(도) 구조 혁신을 한다. 사관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면 미군을 주도하는 육각형 인재가 필요하다. (또 변화된 군 환경 아래) 미래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3군 사관학교 개혁을 서두르는 이유로 "(지금까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사관학교) 통합 이야기가 나왔다"며 "2040년 학령인구가 45% 줄어든다. (그리고 전쟁 환경은) 미래전 양상으로 변화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5~10년 뒤에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고, AI(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우주 사이버전 준비를 위해서 (현재 체제로는) 어렵다"며 "전 세계에 없는 국군사관학교를 (통해) 전 세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 실장의 발표 직후 이어진 국군사관학교 창설 찬반 토론도 과열됐다. 통합 찬성 측 패널로는 ▲최영진 중앙대 교수(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원장) ▲두진호 한국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진호영 전 국방개혁자문위원(예비역 공군 준장)이 나섰다. 반대 측 패널로는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미래생각 사무총장)이 나왔다.

반대 패널로 나선 김 사무총장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민주당과 급조한 당정협의회에서 국방부 장관이 민주당 이름을 걸고 발표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연구 결과 중 2024년 육군사관학교 교육제도 분석 보고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인데 거기에 통폐합을 (붙였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주장하는) 미래전 (대비의) 핵심은 각 군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 군은 미래전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미 몇 년 전에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만들었는데 왜 갑자기 3군 사관학교를 해체하는가"라고 말했다.

찬성 패널로 나선 최 교수는 "조사를 해보니 사관학교 교육 현실이 예상보다 나빴다. (입학 성적도) 떨어졌고 임관율도 하락하고 있다. (현재) 사관학교 전체 만족도가 25.2%밖에 안 된다"며 통합을 통한 사관학교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센터장은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고려해서 이제는 국방 자원과 역량을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장교 양성 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교육 시설부터 과정, 제도, 인사 관리 등 장교단 문화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7월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군사관학교는 4년 학부제로 1·2학년 때는 통합 교육을, 3·4학년 때는 군별 심화 전문 교육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 국군사관학교 창설 세부 계획안을 마무리하고 올해 12월까지 설치법 제정을 추진해 캠퍼스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생수병을 든 채 다가서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