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를 둘러싼 각종 인프라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 부담을 덜어줄 제도 설계안이 공개된 데 이어 용수 인프라 구축에도 물꼬가 트이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거란 기대다. 현장 근로자 반발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를 뒷받침하는 정부 지원책이 연이어 마련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지난 26일 공청회에서 남부권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낮추는 설계안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안에 담긴 지역별 조정요금을 보면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81.9원을 기준으로 남부권(영·호남)은 13~18원가량 요금이 낮아지며, 이외 지역 인하 폭은 ▲중부권(강원·충청) 10~15원 ▲수도권 북부(인천·경기 북부) 6~10원 ▲수도권 남부(서울 강남·경기 남부 등) 0~1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세부 권역과 설계안을 확정한 뒤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전력 소비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 조치로 관련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단 분석이다. 산업단지 내 총 4기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가운데 필요한 전력 규모만 6.3GW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앰코 등이 지난 6월 발표한 896조원 규모의 서남권 투자계획이 반영돼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약 400조원을 투입해 광주에 팹 2기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팹이 본격 가동될 경우 호남 반도체 전기요금이 연간 8000억~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용수 부담 역시 국가 지원에 힘입어 신속히 완화되고 있다. 호남 반도체 관련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되면서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호남 반도체가 국가재정법상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인프라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는 메가 프로젝트 인프라 구축사업안을 의결했다. 면제는 기획예산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예타 면제 대상은 동복댐 증고·확장, 국가산단과 연결되는 광역상수도 관로 신설·확충 등이다. 모두 산단 조성 초기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호남 반도체 일일 용수 수요가 약 65만톤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번 예타 면제로 용수 확보의 주요 고비를 넘겼다는 진단이다. 당정 역시 용수 인프라 관련 내용을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해 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총 6조원 규모의 출연사업도 추진한다. 반도체 기반시설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등 전후방 생태계와 인력 양성을 함께 지원하는 내용이다. 6조원 전액이 이번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출연사업의 법적 근거를 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전제로 예타가 조건부 면제된 만큼, 법 개정과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연도별 예산 편성을 거쳐야 구체적인 사업 규모와 재원 분담이 정해진다.
남은 과제는 산단 근무 인력의 우려를 해소하는 일이다. 부족한 생활 인프라와 비수도권 근무 부담 등으로 향후 인력 배치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젝트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호남 반도체 근무에 대한 내부 여론이 부정적이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이 주축이 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지난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환 배치와 근로조건·처우 등에 대한 우려가 반대 배경으로 꼽힌다.
노조는 이 문제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노조 발표 당일 기업 투자와 공장 증설 등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개정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근무 수용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근무 인력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주거·교육 등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지원금이나 정주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언팩] 라면·햇반·음료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 / 롤러코스터 증시에 지친 개미들, 어디로 갔을까?](https://i.ytimg.com/vi/zQ05-Vssq5o/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