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대폭 상향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 데다 수출 호조가 투자와 소비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높였다.
27일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과 비교하면 올해는 0.7%포인트, 내년은 0.8%포인트 상향됐다.
이번 전망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 경기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을 올해 10%대 후반, 내년 10%대 초중반으로 전제했으며 이는 5월 전망 당시보다 높아진 수준이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5월 전망 대비 성장률을 0.7%포인트 높인 요인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량 측면도 있고 가격 측면도 있다"면서도 "가격 측면이 훨씬 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수출과 투자에만 머물지 않고 내년에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반영됐다. 한은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제조업의 명목 GDP 대비 비중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6.4%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IT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올해·내년 모두 '2.5%' 전망
반도체 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4500억달러, 내년에는 43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월 전망치보다 각각 2000억달러, 2400억달러 상향된 수준이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같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곧바로 원화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만 보면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각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와 자본의 해외·국내 이동 등 다양한 수급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언급했다.
물가 전망은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가 더 주목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내년 2.3%로 기존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전망해 5월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였다. 누적된 비용 충격이 물가에 전이되는 가운데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봤다.
중동 상황은 성장과 물가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기본 전망에서 하반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부 재개되고 우회 경로와 비중동 국가를 통한 원유 공급이 늘면서 공급망 차질이 완화될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올해 86달러, 내년 74달러 수준으로 전제했다.
중동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 올해 0.1%포인트, 내년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물가는 반대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관세정책도 전망의 전제에 포함됐다. 한은은 현재 강제노동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가운데 4분기 중 과잉생산 관련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내년 1분기부터 반도체에 15%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대한국 관세율 전제는 5월 전망과 대체로 유사한 수준이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황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AI 투자 속도 조정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더욱 강해지고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올해 0.2%포인트, 내년 0.6%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로 AI 투자 속도가 상당폭 조정될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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