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북미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기간 하이브리드차(HEV)를 앞세워 수요 변화에 대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투자를 이어가면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제 더 이상 캐즘은 없다고 보고 시장마다 속도(페이스)만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화 속도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전기차 비중은 중국이 약 50%, 유럽이 약 25%인 수준인 반면 북미는 이보다 낮다고 했다.
북미에서 그 공백을 메워온 건 HEV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2030년까지 북미에 하이브리드 신차 10종을 투입해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EREV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EREV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차량을 구동하면서 엔진은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순수전기차보다 충전과 주행거리 부담이 작아 장거리 이동이 많고 충전 인프라 격차가 큰 북미에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현대차는 2027년 상반기 싼타페와 제네시스 EREV를 북미에 우선 출시한다. 싼타페 EREV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현지 생산하며 주행거리 600마일 이상을 목표로 한다. 약 966Km 수준이다. 제네시스 EREV는 640마일(약 1030km) 이상을 목표로 2027년 초 출시 예정이다.
무뇨스 사장은 하이브리드에서 쌓은 성과를 EREV로 옮겨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하이브리드에서 진전을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고 EREV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EREV는 앞으로 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EREV를 택한 배경이다. 현대차는 기존 플랫폼 활용과 부품 공용화 가능성, 생산능력과 모델 변경 시점, 최대 주행거리와 차량 중량, 엔진 탑재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차종을 첫 적용 대상으로 낙점했다.
김창환 현대차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은 "EREV는 엔진 기술과 전동화 기술, 배터리 기술을 모두 망라했을 때 가장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종"이라고 말했다.
배터리도 EREV에 맞춰 새로 개발했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을 EREV에 처음 적용한다.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와 비교해 출력 성능을 2배 이상 높이고 충전 시간은 40% 단축했다. 일반 전기차와 비교해 배터리 탑재량이 절반도 안되지만 같은 수준의 배터리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현대차 설명이다.
현대차는 EREV 적용 범위를 포트폴리오 전반으로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확대 차종과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수요와 모델 변경 일정, 생산능력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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