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은 주1~2회 근무시간 단축과 육아기 출근시각 조정 등 유연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주4.5일제가 제도화되기 위해 공기업의 인력 확대 방안 등이 요구된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한 창구 모습. /사진=뉴스1


중앙·지방정부 산하 공기업들이 올해부터 주4.5일제를 자체 시행하면서 공공기관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 공약이자 국정운영 과제인 주4.5일제는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은 연차휴가 사용과 출퇴근 시각을 조정해 총 근무시간을 유지하는 형태로 자체 운영을 하고 있다.

은행권은 단축근무를 시행한 곳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수·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 신한은행은 금요일 채권발급 마감시간 5시로 단축을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초등학생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1학년 1시간, 저학년 30분씩 출근시각을 각각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육아기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주4.5일제 계획을 추진한 시점은 2025년 중반으로 대선 공약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의 로드맵 발표가 배경이 됐다. 같은 해 9월 고용부 산하 '실노동시간 단축 추진단'이 출범해 12월에는 시범사업 예산이 약 320억원대 확정됐다.

다만 전체 공공기관이 주4.5일제를 시행하는 데는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공공부문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상 민원 공백의 우려와 형평성 논란 등이 예상돼 제도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는 "주4.5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민원 업무를 유지할 수 있는 세부 방안과 대민 서비스에 차질 없는 인력 운영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 출퇴근제 요구하는 목소리 높아

경기도는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도 산하 공기업과 일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유도해 제도를 정착해 나가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올 초부터 유연근무를 시행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공기업들은 출퇴근 시각을 조정해 유연근무를 하는 주4.5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서울시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업무시간을 늘리고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하는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금요일 4시간을 연차사용으로 바꿔 주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추진한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의 형태는 아니다. 연차 사용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권리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근무시간을 늘리는 경우 총 업무시간은 동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연근무를 시행 중인 공공기관 관계자는 "현행 주4.5일제는 법정 근무시간인 주40시간 범위에서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근무시간 단축은 아니다"라면서 "근무시간 단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력 보강만이 아니라 여론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04년 주5일제가 시행된 후 올해 22년째를 맞으면서 직장인 근무체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5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42시간을 웃돈다. 주4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17%에 달한다.

중견기업에서 20년 근무한 임원은 "장시간 노동구조는 출산·육아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고 저출생 문제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면서 "하지만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단축이 시행이 될 경우 중견·중소기업 종사자의 박탈감과 형평의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출퇴근 시각을 조정하는 유연근무를 제도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발적인 주4.5일제 시행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노사 합의로 신규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 직원 1인당 월 20만~60만원의 임금 보전금이 지원된다. 전문 컨설팅 비용도 별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