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에 목마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8년 전 싱가포르 회담 때와 크게 달라진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변수로 꼽힌다. 당시보다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데다 북중러 결속 강화로 군사·외교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만큼 미국의 요청을 저울질할 협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단축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적극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8일 오전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 페이스메이커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지도록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북미대화 재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도록 미국과 공조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면 미국이 대폭 진전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 트럼프와의 만남 자체는 손해가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1기 당시에는 주변에 힘 있는 참모가 많아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먹으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거나 한미 동맹 약화 등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도 "2019년 '하노이 노딜(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 당시 미리 조율된 사전 합의 없이 만났다가 (회담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서 핵보유국 지위, 대북 제제 완화 등에 대해 정리를 해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있어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환 전 국립통일연구원장도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을 관리할 필요는 있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핵 보유국 인정 등을 미국이 받아들이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지난 19일 북한이 보유한 핵 탄두 개수를 57개라고 구체화하며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북한을 향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부른 바 있다. 나아가 같은 해 10월에는 일종의 핵보유국(Sort of a 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 북한이 원하는 조건을 실제 맞춰줄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 완화나 핵보유국 인정 등은 주로 미국 의회 권한이 많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협의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변수라고 보기도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현금 지원과 무기 기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환 전 국립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현금 등 이득이 많은데 미국에게는 유인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은 북한이 2024년 10월 이후 러시아에 전투병 1만5000명과 공병·건설병 6000명 이상을 파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의 도움으로 정확도나 성능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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