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동발전이 네팔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 일대 216㎿ 규모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 사업 개발에 참여한 것은 2011년이다. 이듬해인 2012년 2월20일 현지 사업법인 네팔워터앤드에너지개발회사(NWEDC)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현지 인허가와 금융조달 등을 거쳐 본공사가 시작된 것은 2022년 1월이다. 첫 사업 참여부터 올해 말 예정된 준공까지 약 15년이 걸린 셈이다.
그 15년 동안 사업지를 둘러싼 기후 여건은 달라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개한 UT-1 사업자료에 따르면 과거 실시된 기후변화 위험평가에서는 기후변화가 사업에 미칠 위험을 '낮음'(low)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극한강우가 이어졌고 2024년과 2025년에는 빙하호수 붕괴홍수(GLOF)가 발생해 공사 중이던 일부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ADB는 당시 홍수로 트리슐리강의 하천 지형도 '상당히 변화했다'(significant alteration)고 평가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UT-1 사업 현장을 강타한 대홍수도 상류에서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무너져 내리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무너진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지구온난화와 함께 히말라야의 빙하와 고산지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쌓이고 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손실 속도는 2011~2020년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

15년 전, 혹은 10년 전 설정된 안전기준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달라지면 댐과 제방이 견뎌야 할 홍수 규모가 변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방파제의 설계 조건도 달라진다. 강풍이 거세질수록 풍력 시설이 감당해야 할 위험도 커진다. 이지윤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일정한 질서와 통계 안에서 재난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기후변화가 그 균형을 깨뜨리면서 기존 자료만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의 GLOF 이후 UT-1 사업 현장에서는 안전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지만 시설 설계나 재난 대응 체계 등 근본적인 안전기준의 재검토로 이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2025년 사고 이후 안전 강화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2024년, 2025년 이후 훈련을 하고 센서 시스템도 추가로 설치했지만 (이번 재난은) 기존 조치가 무색할 정도의 규모였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장 상황으로 인해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네팔 대홍수는 향후 이어질 기후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중국, 인도, 네팔, 파키스탄, 미얀마 등 8개국에 걸친 힌두쿠시-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는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줄면서 홍수와 산사태 위험도 커지고 있다. ICIMOD는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이 지역 빙하 부피의 최대 8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동발전도 이 권역에 속한 파키스탄 북부에서 238㎿ 규모 칼람-아스리트와 229㎿ 규모 아스리트-케담 수력발전 사업을 개발 중이다. 두 사업 모두 한국 정부의 사업 검토 절차를 거쳤다. 남동발전 측이 파키스탄 전력규제기관(NEPRA)에 제출한 자료에는 칼람-아스리트 사업이 산업통상부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아스리트-케담 사업 관련 자료에도 2018년 10월 한국 정부가 남동발전의 사업 개발을 승인했다고 기재돼 있다.
다만 정부의 사업 승인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적절히 검토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승인 과정에 대해 "당시 담당자도 모두 바뀌었을 가능성이 커 구체적으로 어떤 검토를 거쳤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조사를 받고 몇 년이 지나면 여러 여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그런 변화를 반영해 다시 판단하는 절차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는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기후변화 등에 따른 위험이 커지더라도 이를 다시 검증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없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타당성을 다시 따지는 '타당성재조사' 제도가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났거나 사업지역의 기후조건이 달라지고 자연재해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 자체는 의무적인 재조사 사유로 명시돼 있지 않다.
현행 지침상 타당성재조사의 시행 주체는 해당 공공기관의 장이다. 재정경제부 장관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공기관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사업 여건 변화가 있다면 필요시 추진 중인 사업의 타당성재조사를 하면 된다"고 했지만 사업지역의 기후조건 변화가 재검토 사유에 해당하는지, 재평가 필요성을 어느 기관이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붕괴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재난 위험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집중호우와 태풍, 해수면 상승 등으로 기존 인프라가 전제로 삼았던 자연조건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이 대표적인데 지난해 발표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의 가동·계획 중인 해상풍력단지 가운데 40% 이상이 국제설계기준상 '클래스Ⅲ' 풍력터빈의 기준풍속인 초속 37.5m를 웃도는 극한풍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통계에 맞춰 만들어진 안전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기후변화를 반영해 안전기준을 포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재웅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침수예측연구팀장은 "기후변화 수준과 이에 따른 인프라 영향 및 위험 수준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안전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교수도 "예전에 지어진 시설들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위험의 양상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획일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는 제언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기후위험은 전 세계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위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미래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과학적 예측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지윤 교수는 "미래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전망이 필요하다"며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야 그에 근거한 대응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관련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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