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3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08.31 /사진=뉴시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방침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는 장관과 국회의원 겸직이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관행과 다른 선택이어서다. 용 후보자 과거 행보와 남편의 당직 급여 등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용 후보자는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특권이나 혜택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여러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연합정치의 제도적 공백으로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기본소득당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며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당에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했다.



현행 국회법 제29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은 입각할 경우 후순위 후보가 의석을 승계할 수 있어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것이 정치권 관행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당초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지만 비판이 커지자 결국 사퇴했다

용 후보자의 경우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유일한 원내 의석을 잃는다. 용 후보자는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됐다. 용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현재 승계 순번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의석을 이어받아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고 전 사무총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재임 당시 재단 사무총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일했다. 유 전 이사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비판하고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픽'해 당선시키려 하는 것은 "왕정, 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해 여권 내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



용 후보자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주도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5번으로 당선됐다. 22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재선하면서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민주당 주도 비례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8.31/사진=뉴시스



야권은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방침을 두고 공세에 나섰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으로 입각을 하게 되면 다른 비례대표 의원님의 의정활동을 하도록 배려하기 위해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온라인에서 용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와 배우자 박기홍씨의 기본소득당 급여 문제를 연결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남편이 기본소득당의 상근 당직자가 맞는지, 한 달에 얼마를 받고 있는지, 그 돈이 국고보조금에서 나오고 있는지, 본인이 사퇴하면 남편 봉급을 못 받게 돼 사퇴하지 않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면 당은 국고 보조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기본소득당은 올 3분기 경상보조금으로 약 2억7709만 원을 받았고 연간으로는 약 4억3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좌진 인건비·의원회관·의정활동 지원비 등 기타 지원까지 합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될 경우 잃게되는 지원금은 연간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의원직 유지 방침을 특권 문제로 규정했다. 한 의원은 "비례 의원 사퇴하는 역사니, 확립된 관행이니 하는 게 자기한테만은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성평등가족부는 불공정과 특권 의식을 깨는 것을 임무로 하는 곳인데 용 후보자는 불공정과 특권 의식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용 후보자의 과거 행보도 향후 인사청문회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용 의원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성범죄 수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 상당수 여성단체들과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야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2021년 군 복무자 예우 방안을 두고 "여성 청년의 파이를 줄여서 만든 군인 처우 개선은 실질적이지도 않고 명백히 성차별적"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젠더 갈등을 조정할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비례대표의 입각 시 사퇴 관행을 용 후보자에게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렸다.

거대정당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해 사퇴하더라도 같은 당 후순위 후보가 의석을 이어받기 때문에 정당의 원내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반면 용 후보자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당선된 만큼 사퇴하더라도 기본소득당 인사가 의석을 승계할 수 없고 기본소득당은 곧바로 원외정당이 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의 관행은 사실 거대정당인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며 "소수정당이나 사실상 1인 정당의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당의 명운이 갈린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수정당의 내각 참여라는 새로운 특수성 때문에 지금까지의 관행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소수정당과 함께 내각을 꾸리는 것 자체는 앞으로도 권장될 수 있는 만큼 관행 역시 맥락에 맞춰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관행을 안 지켰다고 낙마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이냐, 장관직이 중요한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물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장관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며 "당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장관직을 고사하면 된다는 물음에 말끔하게 답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