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두 자리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감사위원 1석이 이번 주총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합산 3%룰이 적용되는 만큼 기관투자자·외국인·소액주주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은 개정 상법 시행에 맞춰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추가 선임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달 10일 전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 둬야 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안과 독립이사 4명 선임안도 다뤄질 예정이다. 정관 변경안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상정됐으나 영풍·MBK 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했다. 영풍·MBK는 개정 상법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임기가 만료되는 이민호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반대했다.

독립이사 4석은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 측이 각각 2석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후보를 2명씩 추천한 데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집중투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주식 1주당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감사위원 1석은 이사회 구도에 곧바로 반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9명과 영풍·MBK 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양측이 2명씩 독립이사를 확보하면 11대7이 되고 감사위원 선임 결과에 따라 최종 구도는 12대7 또는 11대8로 갈린다. 정기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이사 8명 중 고려아연 측은 5명, 영풍·MBK 측은 3명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 측이 감사위원을 확보하면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 부담을 덜 수 있다. 영풍·MBK 측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 내 의석수 격차는 더욱 좁혀진다.



고려아연은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딜로이트안진에서 약 30년 동안 근무하며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경력을 쌓았다.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ESG센터장도 지냈다. 고려아연은 백 후보가 회계·감사·내부통제 분야의 실무 전문성을 갖춰 감사위원에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영풍·MBK는 박유경 타라기후재단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박 후보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에서 약 17년간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영풍·MBK는 박 후보가 현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고 전문성을 지닌 만큼 고려아연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논란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을 놓고 양측 공방은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펀드에 약 5600억원을 출자했다.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투자해 온 기업 3곳에 원아시아 펀드가 69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며 사익 추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가 출자자(LP)일 뿐 투자처 선정과 투자 결정은 운용사(GP)가 독립적으로 수행했고 금융당국 감리에서도 사익 편취나 고의적 회계부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영풍·MBK가 미확정 수사·재판 자료를 사실처럼 활용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합산 3%룰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지분 3%를 초과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도 제한된다. 양측 모두 의결권을 제한받는 만큼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은 내년 정기주총까지 이어질 이사회 재편의 중간 단계"라며 "주총이 가까워질수록 감사위원 후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