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정상회담 개최에 거부를 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15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정상회담 개최를 러시아 측이 거부했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3자 정상회담 개최 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회담은 (실무선에서의) 합의를 확정하기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실무진이 종전 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한 후 이를 확정하기 위해서만 3자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선 "합의라는 것은 결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라며 "매우 복잡한 해결 과정이며 엄청나게 많은 세부 사항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들이 만나 이 모든 것을 논의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그들은 합의를 확정하기 위해서만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작 실질적인 해결에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은 키이우 측"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지적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2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제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재개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 정보기관 수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중재에 직접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랫클리프 국장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정보기관 수장인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에게 이같은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FSB와 SVR은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으로 각각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옛 KGB 장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정보기관 수장들 보고와 조언에 의존한다고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 측이 3자 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거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종전 협상 성사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재로 진행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3자 실무 협상은 지난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2번, 스위스 제네바에서 1번 등 모두 세 차례 열렸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초로 예정됐던 후속 협상은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으로 연기된 후 아직 재개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