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거점과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인수합병(M&A)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년 만에 다시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자금 운용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과 고객,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8일 3조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2조7062억원은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2947억원은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에 각각 투입한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자금 배분 변화가 뚜렷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3조2000억원을 조달해 1조9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1조2000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에 사용했다. 이번에는 조달 자금의 약 90%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된다. 총 1조9048억원이 필요한 6공장에는 유증 자금 약 3000억원만 배정됐다. 투자의 무게중심이 생산능력 확대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이동한 셈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펩타이드 원료의약품 개발·생산 전문 글로벌 CDMO 기업이다. 펩타이드는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원료의약품으로 사용된다. 회사는 스웨덴과 벨기에, 프랑스, 미국, 인도 등 5개국에 생산·연구개발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강조해온 생산능력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거점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이미 기술과 고객 기반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펩타이드 분야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를 통해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폴리펩타이드의 글로벌 고객망과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 기회를 넓히고 고객 접점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증설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연결된 경험이 있다. 생산능력은 1~3공장 기준 36만5000리터에서 4·5공장이 더해지며 78만5000리터로 확대됐다. 누적 수주 총액은 2022년 95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7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매출은 2조4370억원에서 지난해 4조5570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680억원에서 2조88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 인수와 6공장, 제3바이오캠퍼스, 미국 생산시설 등에 2034년까지 총 15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모달리티와 해외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CDMO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폴리펩타이드는 각 대륙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모달리티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