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내년 나라살림 적자가 3조1000억원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최근 20년 내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내년 한 해만 개선된 뒤 다시 차츰 나빠질 전망이다.
1일 기획예산처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나랏빚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내년 1519조8000억원으로 1500조원을 처음 넘어선 뒤 2030년 1734조1000억원에 이른다. 올해와 비교하면 4년간 321조3000억원 증가한다.
내년 지표만 유독 좋아 보이는 데는 미래대응기금 신설 효과가 있다. 기금에 들어오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104조4000억원은 쓰지 않고 쌓아둔다. 총지출은 실제로 집행하는 돈만 계산하기 때문에 쌓아둔 돈은 지출이나 적자로 잡히지 않는다. 내년 총 지출을 12.8% 늘리고도 적자가 3조원대로 줄어든 이유다. 다만 언젠가 이 돈을 실제로 쓰는 해에 그만큼 적자가 다시 커진다.
재정적자는 내년 예산안에서 잠시 줄어들지만 내후년부터 다시 늘어난다. 나라살림 적자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28년 48조원, 2029년 83조4000억원, 2030년 100조8000억원으로 다시 커진다. GDP 대비로는 1.5%, 2.5%, 2.9%로 높아져 정부가 관리 목표로 삼은 3%에 다시 근접한다. 2030년 재정 적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100조8000억원이다.

세수도 내년이 정점이 될 전망이다. 국세수입은 올해 390조2000억원에서 내년 584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지만 이후 ▲2028년 606조7000억원 ▲2029년 625조5000억원 ▲2030년 644조8000억원으로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예산을 조정할 여지는 갈수록 좁아질 전망이다. 의무지출이 점점 커진다는 점에서다. 의무지출은 국민연금·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급여나 지방자치단체 교부금처럼 법에 지급 근거가 정해져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돈을 말한다. 올해 387조7000억원에서 2030년 537조9000억원으로 커진다. 전체 지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48.3%로 낮아졌다가 2028년 48.9%, 2030년 49.0%로 다시 오른다. 그마저도 정부가 기대한 수준으로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단서가 깔려 있다. 반도체 교역 조건이 악화하는 등 경제 상황이 변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현재의 반도체 세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다"며 "국세수입이 2028년부터 3%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전제를 깔고 총지출 증가율을 연착륙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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