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소주의 도수를 낮추면서 15.7도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른 가운데 도수 인하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이미지=제미나이


소주가 또 순해졌다. 한때 20도를 웃돌았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면서 이제 15.7도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담 없이 술을 즐기려는 소비문화 확산에 발맞춘 변화로, 도수 인하가 원가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0.3도 낮춘다. '취하는 음주'에서 '즐기는 음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처음처럼의 강점인 부드러움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조정으로 처음처럼은 새로·진로·참이슬 후레쉬와 나란히 15.7도가 됐다.



소주 도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꾸준히 낮아져 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 20도 안팎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단계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15도대까지 내려왔다. 올해 들어 롯데칠성이 1월 새로의 도수를 낮춘 데 이어 하이트진로도 2월 진로와 6월 참이슬 후레쉬를 차례로 15.7도로 조정했다. 소주 시장에 진출을 앞둔 오비맥주는 이보다 낮은 15도의 신제품 '찰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주 도수를 0.3도 낮추면 360㎖ 한 병 기준 약 2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도수를 낮추는 것은 원가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희석식 소주는 순도 95% 내외의 주정에 정제수와 감미료 등을 섞어 만든다. 도수가 낮아질수록 한 병에 들어가는 주정량은 줄어든다. 360㎖ 한 병을 기준으로 도수가 16도일 때 순알코올 투입량은 57.6㎖지만 15.7도에서는 56.52㎖로 1.08㎖ 감소한다.

소주 도수가 0.1도 낮아질 때 병당 약 0.6원(360㎖ 기준)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적용하면 0.3도를 낮췄을 때 아낄 수 있는 비용은 병당 2원 안팎이다. 한 병 기준으로는 적은 금액이지만 연간 수억병 단위로 생산되는 소주의 특성상 누적 효과는 커진다. 단순 적용하면 5억병 기준 약 10억원, 10억병 기준 약 20억원이다.



이러한 비용 절감 효과는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최근 수년간 주정 가격을 비롯해 물류비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상승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정 매입가격은 2020년 ℓ당 1593원에서 지난해 1869원으로 1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도 ℓ당 1588원에서 1897원으로 19.5% 올랐다. 2023년에는 제병 업체의 소주병 납품가격도 병당 183원에서 216원으로 33원 인상됐다.

대표적인 서민 술로 꼽히는 소주는 가격 인상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큰 편이다. 원재료와 제반 비용이 올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되는 소주는 출고가격 인상이 외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 조정 때마다 소비자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왔다.

업계에서는 저도화 트렌드 속 15.7도가 소주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순한 맛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정 투입량을 줄여 원가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가격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제품 경쟁력과 비용 효율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수 인하만으로 원가 상승분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지만 비용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며 "순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음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주 도수를 낮추는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