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관련 인프라 가상 이미지. 사진은 챗GPT가 제작함. /그래픽=챗GPT


정부가 AIDC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내세웠지만 관련 법제와 기반시설은 구축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담은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적용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전력망과 용수 확보 방안도 하위 법령에 미뤄져 있다.

국회는 지난 5월 비수도권 AIDC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타임아웃제 도입 등을 담은 AIDC 특별법을 처리했다. 내년 3월 특별법이 시행되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AIDC 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통합 창구를 통해 인허가를 일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사용전력 10㎿ 이상 시설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심사하는 절차다. 특별법은 비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하 AIDC를 신축·증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할 때 이 평가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타임아웃제도는 관계기관이 법정 검토기간이 끝날 때까지 인허가를 거부하지 않으면 절차가 처리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러 기관에 걸친 심사로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AIDC 특구 지정 근거도 함께 담겼다.

최근 1년간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청 195건 가운데 최종 승인은 4건에 그쳤다. 규제 완화 대상에서 수도권이 빠지면서 기존 데이터센터 증설이라는 단기 카드도 쓰기 어려워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들어설 예정인 신규 데이터센터의 86%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국내 통신 3사도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20여개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하려 했지만 전력계통 규제로 제동이 걸렸다.

대안으로 꼽히는 지방 신규 구축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와 전력 인입까지 통상 3년 이상 걸린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서 100㎞ 멀어지면 회선 요금이 연간 약 5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들은 수도권 입지를 선호한다.



송전망 확충 속도도 관건이다. 한국전력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송변전설비 투자 예산 11조4255억원 가운데 10조8765억원을 집행했다. 전체 예산의 약 4.8%인 5490억원이 집행되지 못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54개 송·변전 사업 중 20개가량이 차질을 빚고 있고, 이 가운데 14개는 주민 민원과 인허가 문제가 원인이다.

국회는 특별법 심의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와 AIDC 사업자 간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는 특례를 제외했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거래제도가 빠진 셈이다. 재생에너지 PPA만으로는 날씨에 따른 발전량 변동 탓에 AIDC의 안정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재생에너지 PPA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직접(또는 한전 중개로) 공급·구매하는 전력구매계약이다. 심의 과정에서는 LNG 발전소를 특정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하면 국가 전력망 운영에 부담을 주고 화석연료 의존을 키운다는 반론이 맞섰다.

용수는 특별법에 기준 자체가 없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용수는 인근 하천과 댐, 지하수 등 지역 주민과 산업시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 수자원에서 나온다. 지역의 물 공급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센터를 유치하면 생활·농업용수와 경쟁이 발생해 주민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학계에서는 AIDC 특별법에 따른 세부 조건을 신속하게 마련해 비수도권 AIDC 구축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본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관련 특별법의 세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타임아웃제의 기관별 접수·통보 기한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대상과 용량 기준도 구체화해야 인허가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손혁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세부적인 시행령들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며 "AIDC에 필요한 설비 투자와 냉각 시스템 등이 문제되지 않게끔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행령 설계에 착수했다. 과기정통부는 9월부터 12월까지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AI데이터진흥과장은 같은 세미나에서 "자가용뿐 아니라 개방형 AIDC까지 특별법의 정의에 포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시행령에 이를 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