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조성한 시청역 펀스테이션 'K-문화 스테이션'을 지난달 24일 정식 개장했다. 사진은 2일 한 관람객이 빅뱅 기획전의 홀로그램 전시를 촬영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K팝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복합 콘텐츠 공간이 들어섰다. 서울광장 지하 13m에 40여년간 사실상 방치돼 있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K-문화 스테이션'이다. 길이 335m, 폭 9.5m의 좁고 긴 터널형 공간에 미디어 콘텐츠를 채워 지하철역의 기능을 교통에서 문화·여가 공간으로 확장했다.

2일 서울시가 언론에 공개한 K-문화 스테이션에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빅뱅 멤버들이 홀로그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개장한 이 공간의 첫 콘텐츠는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미디어 전시 'COSMOS'다. 빅뱅의 음악과 데뷔 20주년 이야기를 빛·영상·음악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대형 미디어월과 레이저, 프로젝션 매핑 등 각종 영상 콘텐츠가 콘크리트 벽면과 기둥을 따라 이어졌다. 발밑에서는 2호선 열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거칠고 어두운 터널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공간과 화려한 미디어 콘텐츠가 묘하게 어우러졌다.

K-문화 스테이션의 개장 첫 콘텐츠는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미디어 전시 'COSMOS'다. 사진은 전시장에 영상 콘텐츠가 송출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전시장 곳곳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빅뱅 멤버들의 사진과 촬영장 미공개 사진도 배치돼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터널을 따라 이어지는 11개 체험존은 미디어아트와 가상현실(VR),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 등으로 채워졌다.

K-문화 스테이션은 원래부터 문화공간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다. 1980년대 초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높이가 다른 구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벽면과 기둥 등 당시 구조물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유연경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도시활력담당관 주무관은 "이곳은 1호선과 2호선 환승 구간의 높이를 맞추려 공사하다 생긴 공간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어두워 대형 조명을 켜고 마스크를 쓴 채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COSMOS' 이후에도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협업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체험존에 대형 빅뱅 응원봉이 전시된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유 주무관은 "처음에는 가족 프로그램이나 운동 시설 등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335m의 좁고 긴 통로 형태라 공간 활용이 쉽지 않았다"며 "지하 2층에 탈의실이나 샤워실 등을 넣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문화 콘텐츠 공간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40여년간 잠자고 있던 공간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환기·소방·피난·전기 등 기반시설도 새롭게 갖췄다. 공사비 78억원과 위탁수수료 3억8000만원을 합쳐 총 81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운영은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사업을 총괄 기획하고 서울교통공사가 기반시설 조성을 맡았다. 콘텐츠 기획·운영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멋 관계자는 "기둥과 벽면은 과거 방공호처럼 만들어졌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어둡게 처리했다"며 "이 거친 느낌과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형을 건드리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뱅 기획전 'COSMOS'는 오는 27일까지 운영된다. 사진은 팬들의 사진으로 채워진 관람객 참여존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크리에이티브 멋에 따르면 개장 직후부터 주말 예매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약 1000명 수준이며 평일에도 예매율이 80%를 웃돈다.

서울시는 빅뱅 전시 이후에도 K-문화 스테이션을 상시 문화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K팝 아티스트 협업 전시를 비롯해 패션쇼, 브랜드 쇼케이스와 팝업 등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전시와 전시 사이에는 시민들이 지하 통로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 개방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빅뱅 기획전 'COSMOS'는 오는 27일까지 운영된다. 매시간 정각 입장하는 1시간 단위 사전예약제로 하루 12회, 회차당 100명씩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2만200원이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만 예매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