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보수 포용'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기용한 보수 성향 인사가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개각에선 범진보 진영 결집을 위한 인선이 단행됐다는 점에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집권 초반 보수 성향 인사로 기용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오는 9일 퇴임한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임기 만료에 따른 퇴임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제가 공직에 나선 것은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중도보수 성향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이 기용한 보수 성향 인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도왔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됐지만 "5·18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 논란으로 청와대의 사퇴 권고를 받고 지난 7월 직을 내려놓았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2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부정청약 등 의혹으로 지명이 철회됐다.

이 대통령의 보수 성향 인사 기용은 진영을 초월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국정 기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다만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 기조는 최근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부담 속에서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조사한 결과 9월 첫째 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0%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이어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는 51%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진보 진영을 다시 결집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우리가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뒤 범여권 인사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김승원 민주당 의원(재선·경기 수원시갑)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재선·비례)을 지명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조해온 보수 포용 기조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대통합추진단 첫 회의에서 "개혁과 중도·보수에 이르는 모든 스펙트럼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대대적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히며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TV와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중심으로 범여권 미디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조국혁신당과의 갈등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진영 결집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대통령이 기용했던 이석연 위원장과 이병태 명예교수는 보수라고 평가받지만 해당 진영을 대표하진 않는다"며 "이 대통령의 인사는 진보와 보수 그 어느 쪽에도 어필할 수 있었던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석 대표의 보수 포용 의지가 실현되려면 정책 분야에서 여야 협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포용은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