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해 11월부터 콘텐츠 제작 회사에서 근무 중인 2000년생인 김모(26)씨. 김씨는 매달 국민연금으로 22만8000원을 낸다. 지난 9개월간 납부한 금액은 모두 202만8000원. 김씨는 앞으로 34년 3개월을 더 납부해야 만 65세가 되는 2065년 2월부터 월 99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 올해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28년째 재직 중인 1972년생 한모씨(54)는 국민연금으로 매달 31만3000원씩 납부한다. 1995년에 처음 가입한 뒤 지금까지 납입한 금액은 1억1157만원. 한씨는 2037년 6월부터 평생 월 176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김씨와 한씨의 연금 수령액은 거의 2배 차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령액이 아니다. 사회 초년생 김씨는 만 65세가 됐을 때 아예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국민연금법이 올해 1월 시행되면서 보험료율은 9.5%로 인상됐다. 보험료는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엔 13% 까지 높아진다. 기금운용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18.82%.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보험료가 오르고, 기금 수익률이 높아졌음에도 연금 재정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은 2069년으로, 43년 남았다. 만약 기금운용이 적자라도 나면 소진 시점은 더 빨라진다. 20대 청년들은 보험료를 더 내고도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기금 고갈 시간 문제인데, 첫 보험료 지원?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현행 국민연금 구조는 청년들의 불신을 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시대]의 청년 숙의토론위원회에 참여한 청년이 국민연금 문제를 두고 "지난해 연금개혁 때 짱돌을 들었어야 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다.
지난해 국회와 정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을 진행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내몰린 청년들을 달래기 위해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약속했다. 현재 국회엔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정부엔 연금개혁특위를 지원하는 범부처 지원 TF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구조개혁에 들어가도 청년들에겐 늦다. 그들의 절박함에 대한 기성세대 응답은 그보다 더 늦다. 청년들 입에서 나온 "기다리다 늙겠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와 정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을 진행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내몰린 청년들을 달래기 위해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약속했다. 현재 국회엔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정부엔 연금개혁특위를 지원하는 범부처 지원 TF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구조개혁에 들어가도 청년들에겐 늦다. 그들의 절박함에 대한 기성세대 응답은 그보다 더 늦다. 청년들 입에서 나온 "기다리다 늙겠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청년의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청년 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다. 내년부터 18~26세 청년이 국민연금에 처음 가입하면 생애 첫 1개월분 연금 보험료 4만2000원을 국민연금공단이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오히려 청년들의 '연금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이 아무리 보험료를 많이 내도 고령화로 인해 적게 내고 더 많이 받는 세대가 늘어나는 한 기금 고갈은 시간 문제인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첫 보험료 지원'이란 조삼모사식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1526조원으로, 2050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세대별 기금 운영하는 신연금 제도가 대안
대다수 연금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신(新)연금 도입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공적연금제도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에 따르면 세대별 생존율을 고려한 확정기여형(DC) 제도의 도입을 가장 이상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기존 연금과 신연금을 분리하고, 신연금에 가입한 청년들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적립한 뒤 기금 운용 수익을 더해 쌓인 금액을 노후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소득 대비 국민연금으로 받는 연금액의 비율) 개념이 없어 받는 연금은 지금보다 크게 줄지만, 내가 낸 연금이 고갈될 우려는 없다.
특히 세대별 계좌제 확정기여형(DC)은 연금 구조개혁의 핵심 대안이다. 이는 30대, 40대 등 비슷한 연령대가 납입한 보험료를 묶어 운용하고 이를 재원으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상보다 일찍 사망한 가입자의 남은 적립금은 해당 연령대의 생존자 연금액으로 이전된다. 가입자가 예상보다 오래 살아 연금 자산이 바닥나는 위험을 같은 연령대 안에서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이다.
이는 인구가 적은 연령대가 고령층 연령 세대를 떠받치는 구조적 부담을 끊고 공적연금 기능을 지속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해당 모델 안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지거나 기대수명보다 오래 사는 인구가 늘어나도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구(舊)연금의 적립금 부족분을 청년 세대가 낸 신연금의 기금으로 충당하지 말고, 세금이나 정부의 다른 지출을 줄여 마련한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강구 KDI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공적 보험으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좋은 제도"라며 "국민연금제도 신뢰를 계속 이어가려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젊은 층에게 부담을 떠 안기지 않는 구조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 63~65세 연령대 구간에서 연금 지급액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핀란드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되 정년 연장과 노년층 재고용 등 노동시장 개혁을 병행해 보험료 납부 기간을 늘림으로써 연금액 감소를 보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핀란드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국민연금의 재정 부담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재정 안정 기반을 마련한 뒤 기존 연금의 부채와 미래세대가 납부할 보험료를 분리하는 구연금·신연금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시리즈 순서]
①국민연금, 더 많이 내고 못 받는 게 공정인가요?
②내집마련, 월 300씩 모아도 못 살 집 포기할래요!
③정년연장, 65세? 우린 60세까진 일할 수 있나요?
④청년정치, 우린 영원히 소수로 남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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