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 조감도.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첫 해외 일관제철소 부지로 미국 루이지애나를 선택한 배경에는 물류와 에너지, 수요처라는 세 가지 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선박과 철도를 활용할 수 있는 물류망, 저렴한 천연가스와 전력, 미국 남부 완성차 공장과의 접근성을 두루 갖췄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높은 철강 수요와 통상 장벽이 현지 생산의 필요성을 키웠다면 루이지애나의 산업 인프라는 현대제철의 최종 선택을 끌어낸 요인이다. 저탄소 전기로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와 향후 수소·탄소 포집 사업을 연계하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 도널드슨빌에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를 건설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자동차강판 180만톤과 일반강판 90만톤을 합한 270만톤이다. 올해 4분기 공사를 시작해 2029년 1분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널슨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미시시피강이다. 제철소 부지는 미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미시시피강 유역에 있어 파나막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을 구축할 수 있다. 파나막스급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급 선박으로 약 7만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철강산업은 대량의 철광석과 철스크랩을 공장으로 들여오고 완성된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야 하는 대표적인 물류 산업이다. 해상 운송로와 생산시설의 거리가 짧을수록 원료 반입과 제품 출하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시시피강을 이용하면 미국 내륙뿐 아니라 멕시코만을 거쳐 해외 시장으로 제품을 공급하기도 쉽다.



육상 운송 조건도 갖췄다. 도널슨빌 인근에는 미국 대형 철도회사들의 노선이 지나간다. 항만으로 들어온 원료를 공장까지 운반하거나 생산한 자동차강판을 미국 각 지역의 완성차 공장으로 보내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다.

미국 남부에 밀집한 자동차 공장과의 접근성도 강점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뿐 아니라 GM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이 물류권에 들어온다.

현대제철은 우선 현대차·기아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생산이 안정화되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고객군을 넓힐 계획이다.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운송비와 납품 기간을 줄이고 차종별 소재 수요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은 루이지애나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HPLS는 철광석을 직접환원철로 만드는 DRP와 전기로를 함께 운영한다. DRP에서는 천연가스를 사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전기로에서는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천연가스와 전력 가격이 생산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루이지애나는 미국에서도 천연가스와 전력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인근에 대규모 천연가스 생산·공급 기반이 있어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미국 에너지기업 엔터지와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에너지 조달 기반도 마련했다.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로 전환하기에 유리한 여건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루이지애나에는 수소 생산 허브와 탄소 포집·저장(CCS) 관련 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초기에는 천연가스를 이용해 직접환원철을 생산하고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할 방침이다. DRP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인근 CCS 인프라와 연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력 확보 여건도 고려됐다. 도널슨빌은 루이지애나주의 주요 도시인 배턴루지와 뉴올리언스에서 각각 1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다. 두 도시의 인구와 교육 기반을 활용하면 제철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대제철은 지역 교육기관과 손잡고 인력 양성에도 착수했다. 리버 패리시스 커뮤니티 칼리지(RPCC), 루이지애나주 및 지역 기관과 철강산업 특화 교육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와 공정 기술, 산업기계 정비, 계측제어 등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서 교육해 채용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루이지애나주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력도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현대제철이 북미 첫 제철소 부지로 루이지애나를 선택한 것은 숙련된 인력과 인프라,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