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치권의 한국 정부 압박이 쿠팡의 로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에 전문가들이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 기조가 작동해 왔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 책임은 별도로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김건 의원실 등이 주최한 '살얼음판을 걷는 한미동맹' 세미나가 열렸다. 우정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우 연구위원은 쿠팡의 로비가 미국 정치권의 한국 압박을 만들어냈다는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쿠팡이 짐 조던의 발언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짐 조던 의원을 쿠팡이 잘 활용했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우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은 쿠팡 사태 이전부터 해외에서 이뤄지는 미국 기업 규제를 '차별' 문제로 바라봤다. 한국의 망 사용료와 공공 클라우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등 디지털 규제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문제를 제기해 온 사안이다. 쿠팡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미국 정치인 상당수가 이전부터 디지털 통상과 한국과의 무역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우 연구위원은 쿠팡의 대미 로비와 미국 정치권의 대한(對韓) 압박을 곧바로 인과관계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쿠팡에 관한 문제를 쿠팡의 로비만으로 현재의 상황이 전개됐다고 생각하면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로비가 갖는 의미도 국내 인식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각종 이익단체와 종교단체는 이해관계를 전달하기 위해 로비 조직을 운영한다. 로비스트는 정책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해결사'라기보다 의회와 행정부의 정책 결정권자에게 접근할 통로를 마련하는 역할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쿠팡 직원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빼낸 것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사와 제재가 한국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처분자료를 근거로 약 3750만명의 개인정보가 국외로 이전된 점을 거론하며 "제대로 된 실태 조사를 해서 미국 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갈등의 원인을 쿠팡 한 기업으로 좁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한미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한 기업을 지목하는 것은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자국기업 보호 기조가 먼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쿠팡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치인들은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과 지역구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규제를 지속해서 문제 삼아왔다"며 "쿠팡이 로비로 미국 정치권을 움직여 한미 갈등을 만들었다기보다, 미국 정치권이 쿠팡 사안을 자국기업 보호와 통상 압박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활용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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