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35일로 단축하는 법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규모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가운데 중소·신생 브랜드의 판매 기회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납품 대금 회수의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유통사의 매입 유인을 유지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일 직매입 상품 대금의 법정 지급 기한을 상품 수령일부터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약매입·위수탁 거래 등은 40일에서 20일로 줄었다. 개정안은 2024년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유통 거래의 대금 회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도입으로 중소·신생 브랜드의 판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매입은 유통사가 재고와 판매 위험을 부담하는 거래다. 지급 기한이 줄면 상품이 팔리기 전에 대금을 내어줘야 하는 경우가 늘면서 판매가 검증된 상품을 선별해 매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급 기한이 줄면 상품이 팔리기 전에 납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 재고 위험에 자금 부담이 더해진다"며 "판매가 더딘 제품의 매입 유인이 줄면서 잘 팔리고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 위주로 매입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상공인·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일부 단체는 반발에 나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직매입 플랫폼의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상품 다양성과 중소 납품업체의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유동성 부담이 커지면 발주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소업체에는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생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티메프 사태 역시 긴 지급 기한만이 원인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운영자금 등에 사용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사건으로, 직매입과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3자를 통한 지급보증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지목된다. 소비자 결제대금을 금융기관 등이 보관해 상품 배송 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처럼 별도의 기관이 거래 안전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유통사가 부실화하면 금융·보증기관이 납품대금을 대신 지급해 미회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산 기간을 줄이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납품업체가 대금을 지급받거나 납품한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특성에 따라 지급 기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재고 보유기간이 길거나 회전율이 낮은 상품의 지급 기한을 최대 120일까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2019년 지급 기한을 30일로 줄이면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예외를 인정했다.

지급 기한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납품 대금 회수의 안전성을 높이면서 중소·신생 업체의 판로를 지키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과제로 지목된다.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상품과 거래 특성에 맞는 예외와 안전장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