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은 전체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법인대표,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시내 신협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현수막. /사진=뉴스1


소득이 낮거나 자영업·법인 대표인 가구, 최근 주택을 사면서 부채를 크게 늘린 가구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이른바 '영끌'로 볼 수 있는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는 한 가구원의 연체가 다른 가구원으로 번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7일 한국은행은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 이슈노트를 통해 가구 단위의 부채와 소득, 자산 등을 활용해 금리 상승이 가계의 연체 위험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가구DB를 활용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상승한 12개월 후 차입 가구의 연체 비율은 3.35%에서 0.2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이 급격히 악화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소득과 직업, 부채 수준에 따라 금리 민감도에 차이가 있었다.

저소득층·고차입 가구, 금리에 더 취약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소득 1분위 가구의 금리 인상 전 연체 비율은 5.45%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금리가 25bp 상승하면 12개월 뒤 연체 비율은 0.48%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2분위 역시 연체 비율이 4.38%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고 금리 상승 후 0.40%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와 법인대표 가구도 상대적으로 금리 충격에 민감했다. 이들 가구의 금리 인상 전 연체 비율은 4.47%였으며 금리가 25bp 오르면 12개월 뒤 연체 비율이 0.32%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주택을 구입하면서 소득 대비 부채를 크게 늘린 가구는 더 큰 금리 충격에 노출될 경우 연체 위험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정의한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는 2023~2025년 주택을 취득한 가구 가운데 주택 구입 과정에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폭이 가장 컸던 상위 10% 가구다.

이들 가구에 금리가 100bp, 즉 1%포인트 상승하는 강한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한 결과 연체 확률은 0.8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100bp 금리 상승은 향후 실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전망치가 아니다. 장훈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과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기존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던 문헌들이 100bp를 많이 이용했다"며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가 100bp 상승할 때 얼마나 견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100bp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는 한 사람의 연체가 다른 가구원의 신용위험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이들 가구에서 한 명이 연체할 경우 12개월 이내 다른 가구원이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4.6%보다 약 1.9배 높았다. 가계의 소비 여력 역시 이미 상당 부분 제약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11.1%는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둔화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감소하는 패턴을 확인했다.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DSR 임계점은 46%로 추정했다. 특히 소득 1분위 가운데 DSR이 46%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은 2021년 11.4%에서 2025년 14.5%로 상승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한은은 금리 상승이 전체 가계의 부실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장 과장은 25bp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비율 상승폭에 대해 "기존에 있던 흐름과 비교했을 때 과하게 증가한다는 판단은 아니다"라며 "대체로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 폭을 완화해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부채가 상승하는 폭을 조금 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 안정에 있어서 플러스되는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