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이 50·6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대출 심사 부담이 적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빠져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이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용 문턱이 낮아 다른 대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은 가계부채 관리상 우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과 삼성·현대·KB·DB·메리츠화재 등 8개 보험사의 7월 말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7조91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9% 증가했다. 증가세는 5060에서 뚜렷했다. 60세 이상 잔액은 13조1546억원으로 10.2% 늘었고 50대도 19조6701억원으로 4.5% 증가했다. 두 연령대 잔액은 전체의 68.5%다. 반면 20대는 4.6% ▲30대는 4.7% ▲40대는 1.3% 각각 줄었다.
보험 안 깨고 급전…5060 환급금도 많아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을 해지할 때 받을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일반 신용대출처럼 소득이나 신용도를 새로 심사해 한도를 정하는 게 아니라 가입한 보험에 쌓인 금액을 바탕으로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여윳돈이 생기면 부담 없이 갚을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해 보험을 해지하면 기존 보장이 사라지지만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면 보장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높아지거나 건강 상태에 따라 새 보험 가입이 어려워 5060에게는 계약 유지 의미가 크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해약환급금이 쌓여 대출 가능액도 커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0·60대는 보험을 20년 넘게 유지한 가입자도 많아 상품에 따라 해약환급금이 수천만원까지 쌓인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5060 이용액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 보유가 두터운 점도 영향을 미친다. 보험연구원 조사에서 50대 질병보험 가입률은 84.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보험 보유가 많고 가입 기간도 긴 만큼 해약환급금이 쌓인 계약도 상대적으로 많아 보험계약대출을 활용할 여지가 큰 셈이다.
'대출'인데 DSR 제외…가계부채 변수
보험계약대출은 DSR 계산에서 제외된다. 소득이나 신용을 바탕으로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이미 쌓인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이다. DSR 한도가 빠듯해도 해약환급금이 있다면 이용할 수 있다. 약관에도 계약자가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담겨 있다.
소비자에게는 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창구지만, 반대로 다른 대출에서 한도가 막혀도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대출 수요가 보험계약대출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의 회수 위험이 낮고 이자 이익을 올릴 수 있지만 대출 증가가 좋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운용 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보험계약대출은 이자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봤지만 대출금이 나가면 다른 자산에 운용할 자금이 줄어든다"며 "다만 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계약대출을 이용하면 계약을 유지할 수 있어 보험사에 유리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대출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월보다 줄었지만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등 제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은 커졌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카드론 등 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전 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해약환급금이라는 재원이 있어 일반 신용대출과 성격은 다르지만 잔액 증가는 급전 수요 확대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이 상대적으로 안전장치 있는 대출이라고 해도 상환 부담으로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면 보장이 사라지고 다른 금융상품 이용에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증가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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