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5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임 인선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인선의 초점은 '일 잘하는 실장'에서 '정무형 실장'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였던 1기 출범 때와 달리 하락 국면인 현 시점에선 정책 실행력에 정무적 판단까지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9일 프랑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차기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시대]에 "정책실장 후보군에 대한 검증 절차가 이미 돌입된 것으로 안다"며 "차기 정책실장의 최우선 임무는 3대 메가프로젝트 총괄 업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와 피지컬 AI(인공지능),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29일 청와대 국민보고회에서 총 47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호남권 반도체 팹의 1차 완공 목표를 2029년으로 잡았다.

지난달 30일 6개 부처 개각에서 이 대통령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했다. 두 경제 부처 수장을 현직 차관으로 채운 것은 정책 연속성과 실행력에 무게를 둔 인사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차기 정책실장 1순위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거론된다.

김 장관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거쳐 정부로 복귀했다. 현 정부에선 대미 통상 협상과 반도체·AI 산업정책을 맡았고 메가프로젝트 점검회의 결과를 국무회의에 직접 보고하는 등 사업을 실무적으로 이끌어 왔다. 다만 자리를 옮기면 산업부 장관을 다시 인선해야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제56강: 할 수 있다. 부동산개혁!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홍성국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홍 의장은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증권 전문가로, 2020년 세종시에서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다. 이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재임 시절 경제특보를 맡아 당내 사정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시장과 국회를 모두 경험한 만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당과 청와대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겸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도 이름이 오른다. 이 대통령의 오랜 정책 멘토로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핵심 구상을 함께 설계해 왔다. 다만 대통령 최측근 인사라는 점이 오히려 기용을 어렵게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직 관료군에서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호승 전 실장과 현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윤창렬 전 실장, 18·20대 국회의원으로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분위기 쇄신과 여론 전환을 위해선 외부 인사를 발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료 출신 기용은 정책 연속성에는 유리하지만 인적 쇄신의 상징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한주 대한민국 2045전략수립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2045전략수립위원회 2차 회의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선 정무적 판단을 함께할 수 있는 인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전 실장이 발탁된 1기 내각 출범 무렵인 지난해 6월 넷째 주(24~2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64%, 부정 평가는 21%였다. 그러나 지난 4일 발표된 9월 첫째 주(1~3일)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4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51%로 올랐다. 두 조사는 각각 1004명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서용주 맥 정치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60%대였기 때문에 소위 일 잘하는 정책실장이 필요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정무형 정책실장'이 필요하다"며 "6개 부처 개각 특징을 보면 차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그간의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책실장의 최우선 과제에 대해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지방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공급 정책, 2030세대을 위한 금융정책을 꼽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문제 해법과 미래대응기금도 중요 현안"이라며 "노르웨이처럼 계속 나오는 광물자원으로 기금을 만든 나라와 달리 반도체는 경기를 타기 때문에 사용처를 잘 정해야 하고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임 실장이 교체된 이유가 결국 부동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세제 개편안 같은 이슈였던 만큼 기존에 제기된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하는 인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책 기조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추진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이나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