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격화하며 국제유가가 두 달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조달처 다변화, 공장 가동률 조정 등 전쟁 기간 구축해 온 대응 체계를 바탕으로 유가 급등의 충격을 줄이고 있다. 전 세계 석유제품 공급 부족에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연말까지 견조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두바이유 선물가격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배럴당 100.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절 연휴로 7일까지 휴장해 4일 종가가 최신 시세다. 지난 전쟁 발발 이후 최저점이던 7월 2일(64.5달러) 대비 55.4%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고조되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다.



미군이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로켓발사대를 타격하며 양국 간 교전이 재개됐다. 지난 주말에는 이란이 미국 군함 2척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 유조선 3척을 보복 타격하며 국제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등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중동 전쟁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도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며 "원유 수급처를 다각화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시황에 따라 주간·월간 단위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제마진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사들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원유 조달처 다변화에 집중해 왔다. 미국·캐나다·아프리카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중동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과 아랍에미리트(UAE) 하브샨-후자이라 송유관 등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 경로를 통해 물량을 확보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수입 원유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1.1%로 전년 동월(69.5%) 대비 8.4%포인트(p) 낮아졌다. 비중동산 비중은 같은 기간 30.5%에서 38.9%로 상승했다.

유가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 정유시설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으면서 경유·휘발유 등 석유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중동과 러시아에서 가동 차질을 빚는 정제설비가 하루 685만배럴 규모로 전 세계 정제능력의 6.6%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부족이 심화하며 지난 7일 싱가포르 시장 기준 국제 경윳값은 배럴당 167.8달러로 미국·이란 전쟁 직전보다 80.6% 올랐다. 휘발윳값도 같은 기간 59.8% 상승해 배럴당 127.3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가격 강세에 국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말부터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4~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제마진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피격된 정제시설 복구에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각국이 비축 물량을 풀어 공급 부족분을 메워온 만큼 전쟁 이전 수준으로 수급이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전망에 정유사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3732억원으로 전년 동기(5735억원) 대비 139.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3분기 229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1조641억원으로 364.2%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로 전년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종전 기대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고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우호적인 시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