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서로를 향해 고성을 쏟아냈다.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비속어와 조롱성 발언까지 잇따르면서 앞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당을 향해 제안한 협치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 초반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정부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집단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정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민주당의 반발에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은 정 원내대표가 중국 공산당을 언급한 이후 더욱 거세졌다. 정 원내대표가 연설에서 "중국은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강제투자와 이익 배분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 공산당보다 왼쪽에 있다"고 주장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에라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상대방을 비하하는 발언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가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교토삼굴을 인용해 "정부와 여당은 온갖 방식으로 (이재명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이 대통령이) 토끼입니까? 토끼?"라는 조롱성 발언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그야말로 '빚의 혁명'을 진행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슬로건인 '빛의 혁명'도 비꼬았다. 이에 한 민주당 의원은 "빛의 혁명까지 조롱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도 비속어를 사용하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가 국가 안보 확립을 강조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던 놈들이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소리쳤다. 해당 발언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행된 평양 무인기 침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놈들이라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연설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자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정 원내대표의 연설이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민주당의 반발도 거세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다"고 외쳤다. 정 원내대표가 "저희 당은 109석 소수 정당이다. 힘차게 싸울 수 있도록 국민들도 함께 싸워달라"고 연설을 마무리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었다.
민주당의 반발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은 없이 스스로 소수당 운운하며 책임과 대안은 방기한 채 극우적 주장과 저주만 난무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저주의 언어만 늘어놓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눈길을 줄 국민은 없다"고 했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협치 제안도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전날 같은 자리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보세력과 연대하고 중도 보수세력과 대화하겠다"며 "철학과 소신으로 임하되 공부하고 대화하며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창한 정치개혁 말고 소박하게 본회의 자리부터 섞어 앉자"며 "마주 보고 싸우는 건 상임위에서 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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