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생폴드방스 매그 재단에 도착, 환영나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장으로 향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총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영화·영상산업 투자 협력에 합의했다. 지난 4월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데 이어 문화산업 분야에서 구체적인 후속 사업을 내놓은 것이다. 앞으로 국방·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이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이번 방문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8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지기준 6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문화산업과 국방·안보,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한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진 상호 국빈 방문으로, 당시 격상한 양국 관계를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후속 행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분야는 문화산업이다. 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뤼미에르 서밋'을 공동 주재하고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구상인 '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을 발표했다.

양국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각각 5억유로를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정책금융을 활용해 자국 영화·영상 기업을 지원한다. 하나의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각국의 투자를 기반으로 공동 투자와 공동 제작, 해외시장 진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뤼미에르 파트너십은 자국 영화와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양국의 공동 투자, 공동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양자 관계를 넘어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규범 마련에도 나섰다. 서밋에 참석한 세계 60여개 국가·지역·국제기구의 창작자와 기업인, 정책 결정자들은 인간의 창작 활동과 저작권 보호, 문화적 다양성, AI 시대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원칙 등을 담은 '뤼미에르 선언'을 채택했다.

국내 영화산업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 개편 논의도 시작됐다. 이창동 감독은 같은 날 열린 한국 영화인 간담회에서 개인이 영화·영상 제작 전문 금융회사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프랑스의 '소피카(SOFICA)'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에 바로 체크해보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국방·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의 성과는 한국시각으로 이날 밤 열리는 한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군 간 상호운용성 향상과 국방정보 교류, 방산과 해양·항만 안보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합동훈련 참여 등 후속 과제를 점검하고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드물게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토와 병력을 두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올해 G7(주요 7개국) 의장국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중심의 안보 협력을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 유럽의 주요 군사강국인 프랑스와 정보 공유·해양안보 협력을 넓힐 수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시대]에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가 국제적 현안으로 부상한 만큼 중동 해양안보와 자유항행 문제도 양국 간 협력 의제로 거론될 수 있다"고 했다.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AI와 우주, 원자력, 바이오 등 전략산업이 주요 협력 대상으로 꼽힌다. 프랑스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 파트너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 연구위원은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한불 관계를 경제·문화 협력에 머무르지 않고 안보와 첨단기술을 포함한 전략적 관계로 실질화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한국 안보의 기본축으로 유지하면서도 프랑스와 같은 유럽의 핵심 전략국과 해양안보·국방·첨단기술 협력을 확대하면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며 "다만 정상 간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후속 협의체와 구체적인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7일(현지시각)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