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정박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함정 중 두 번째로 큰 신형 군수지원함 소양함/사진=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법이 엇갈린다. 한미동맹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의 군사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현실론과 교전에는 관여하지 않고 종전 뒤 기뢰 제거 등 항행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1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7월 말부터 영국·프랑스 주도 다국적 연합체 참여 논의와 별도로 파병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해상초계기·기뢰소해함·군수지원함 등을 요청했고 양국은 비전투 임무 참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프와 함께 움직이겠다는 한국의 입장에 미국이 부정적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 파병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했다.



2003년 이라크 파병과 다른 상황


과거 대표적인 해외 파병 사례인 2004년 이라크 자이툰부대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3년 이라크 안정화를 위한 다국적군 활동을 승인했다. 이듬해 결의를 통해 이라크 임시정부의 요청에 따른 주둔도 재확인했다. 자이툰부대는 이런 전제에서 전투 종료 후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평화·재건 지원을 맡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도 교전이 이어지는 해역이고 국제사회에서 파병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이 선박 호송이나 군수지원처럼 직접 공격이 아닌 임무를 맡더라도 이란이 이를 군사적 개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이툰 파병 때와 차이가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비전투 임무로 참여하더라도 이란은 당연히 참전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한국이 안 들어올 것이고, 그래야 다른 나라에도 들어오지 말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이툰부대와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 박 교수는 "그때는 국제사회가 움직여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했다.



"파병해도 위험한 임무는 피해야"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파병 요구를 계속 회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그는 "파병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한미 안보·경제 협상과 동맹의 미래까지 걸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스스로 핵을 가진 영국·프랑스와 미국의 핵우산 없이 안전 보장이 어려운 우리는 입장이 다르다"고 했다.

다만 양 연구위원은 "군사적 참여는 상징적인 정도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것은 자국 언론과 세계에 보여줄 정치적 승리"라며 "이 부분을 잘 준비하면 위험한 임무에 굳이 투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이란 작전에서 한국군이 결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은 크지 않은 만큼 위험한 임무까지 맡을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군과 한국군이 비전투든 전투든 호르무즈 해협에서 합동작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먼저 참여하면 미국이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설득하거나 압박할 여지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적으로는 군수지원이나 초계기를 통한 탐지 지원 정도로 단계적으로 실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기뢰 제거에 대해서는 "해협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아마 마지막 단계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전쟁이 끝난 다음 프랑스나 영국과 함께 기뢰를 제거하는 등 뒤처리를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