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해당 사안만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미투자 ▲대미관세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다른 대미 현안들과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파병을 거부하는 대신 대미투자를 증액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한 현지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NSC 상임위는 이를 토대로 파병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면 정부는 NSC 심의와 국무회의의 파병 동의안 심의·의결,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호르무즈 파병 등 군사적 문제뿐 아니라 대미투자와 대미관세 등 경제 이슈까지 묶어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미 경제안보는 패키지로 움직인다. 호르무즈 파병도 협상 패키지(중 하나로) 나온 것"이라며 "사실 미국과 이란 전쟁 과정에서 일정 부분 서포트가 있었어야 했는데 (정부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는 동시에 지난해 합의한 대미투자액 3500억 달러에 대해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낙점했고,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세부 내용도 조율 중이다. 이는 대미 관세율 협상과도 맞물린다. 한국은 지난 7월 강제노동 관세를 적용받아 총 관세율이 12.5%로 정해졌지만 과잉생산 관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파병 문제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작권 전환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한국으로선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2차 고위급 안보협의를 열어야 하는데 현재 지연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쿠팡 사태 등을 둘러싼 불만을 표출하면서 1차 협의가 예정보다 5개월 늦은 6월에 열린 바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를 목표로 추진 중인 전작권 전환에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계기로 전작권 전환 3단계 가운데 2단계인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마지막 검증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까지 통과하더라도 미국이 반대하면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미국이 원하는 대미 투자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파병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추가 대미투자 요구에 대해서는) 상업성만 보장되면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만큼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협의체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 전쟁은 오는 11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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