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경력의 베테랑 드라이버에게 '왜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꺾었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그래야 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할 겁니다. 이 베테랑 드라이버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엔드 투 엔드'(End-to-End·E2E) 방식입니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는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자체 기술 기반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강남 도심에서 심야 자율주행 서비스인 '서울자율차'를 운영하고 있다.
임 리더는 "개발자가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정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기존 규칙 기반(Rule-based) 방식은 센서 정보가 인지·판단을 거쳐 제어 명령으로 나가는 모듈화 구조라 입출력 확인은 쉽지만 모든 도로 상황을 규칙으로 기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목한 핵심 기술은 센서 입력을 단 하나의 인공지능(AI) 모델에 통과시켜 주행 제어 명령을 바로 출력하는 E2E 자율주행 방식이다. 임 리더는 "E2E 방식은 실제 주행 데이터에서 스스로 운전 요령을 익힌다"라며 "규칙 기반이 교본을 한 줄씩 기계에 옮겨 적는 것이라면, E2E는 수백만 시간의 운전을 조수석에서 지켜보며 감각을 익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모델이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긴 경로라도 승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규칙 기반의 '안전 평가기'(Safety Evaluator)가 최종 검증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계해 실제 도로에서 검증하고 있다. 안전 평가기는 AI가 제시한 주행 경로를 교통법규와 차량의 물리적 조건, 승차감에 비춰 확인하고 적절한 경로를 고르기 어려울 때는 차량을 안전하게 정차시킨다.
E2E 자율주행의 핵심 승부처는 데이터의 질이다. 신호와 규칙을 따르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은 데이터가 풍부하지만 예측이 어려운 돌발 상황은 데이터가 희소하다. 업계에서는 불법 유턴이나 신호위반, 무단횡단 등의 돌발 상황을 '엣지케이스'(Edge Case)라고 부른다.
임 리더는 "자율주행 실력을 올리는 구간은 희소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며 수능으로 치면 '킬러문항'에 해당한다"며 "쉬운 곳에서 1년을 달리는 것보다 복잡한 강남에서 한 달을 달리는 편이 AI 모델 학습에는 훨씬 유익하다"고 강남 심야를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에서 수집한 엣지케이스 데이터를 서버로 업로드한 뒤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한 3D 객체 오토 라벨링, 데이터 마이닝, 큐레이션을 거쳐 AI 모델을 재학습시키고 이를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자동화 데이터 파이프라인 체계를 완성했다.
지난 3월 16일부터 강남 시범운행지구에서 운행 중인 '서울자율차'는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운행거리 1만3000㎞를 돌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백억건의 이동 데이터를 가진 카카오T 플랫폼을 기반으로 센서부터 제어까지 풀스택 기술을 내재화하는 한편 LG이노텍, 기아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는 안전요원이 탑승하는 유인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회사는 레벨4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선 자율주행사업팀 리더는 "레벨4 무인화 환경에서는 기존 운전기사가 하던 승하차 지점 확보, 차량 내 목적지 변경 및 공조 제어 등을 플랫폼과 디바이스가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서비스를 위한 '관제 역량'도 강조했다. 도로 침수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24시간 지능형 통합 관제 체계를 구축해 운용 중이다. 여기에 현장 출동 인프라와 전문 관제 인력을 교육·배치해 심야 서비스 현장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임 리더는 "밤에는 서비스를 운행하고 낮에는 통행량과 보행자가 많은 시간대에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한 E2E 모델과 고품질 데이터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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