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금 부담이 커진 자산가들이 기존에 보유한 집을 매물로 내놓는 대신 자녀에게 넘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 부담이 커지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과 다른 흐름이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는 "어차피 물려줄 집이라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지금 넘기겠다"는 상담이 몰리고 있다.
9일 금융권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20대(만 19~29세)가 집합건물을 증여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41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6월(53건) 이후 110개월 만에 가장 많다. 올해 1~8월 누적은 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건)의 약 네 배다. 서울 전체로 넓히면 상반기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은 1만3518건으로 1년 전보다 82.9% 늘었다.
"세금부담→매물증가 공식은 옛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지난 8월3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잣대가 주택 수에서 집값으로 바뀌었다.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해주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70%로 오른다.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둔 경우 2028년부터는 이 비율이 80%로 적용된다. 살지 않는 집을 여러 채 들고 있을수록 매년 나가는 돈이 늘어나는 구조다.
시장의 반응은 매도가 아니라 증여로 나타났다. 강동희 신한은행 PWM 강남센터 PB팀장은 "과거에는 보유세 등 세 부담이 증가하면 부동산을 매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를 거치며 고객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세금 부담이 커졌지만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매물로 내놓지 않았다. 세금 증가분은 임대료에 전가돼 세입자들의 부담만 커졌다.
강 팀장은 "최근에는 다주택자분들이 매도를 결정하기보다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양도와 증여의 세금 부담을 비교해 자산을 재배치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왕 줄 거라면 지금 증여가 낫다"
증여 시점을 당기게 만든 또 다른 축은 주거비다. KB부동산 집계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2023년 7월 저점 이후 37개월 연속 올랐다. 1년 전 시점에 비해서도 5999만원(9.2%) 더 높은 수준이다.
자녀가 자기 소득과 대출만으로 서울에 집을 구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강 팀장은 "몇 년 뒤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줄 계획이라면 집값이 더 오른 뒤 증여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강남권과 잠실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진 한 고객은 최근 잠실 소재 아파트를 자녀에게 넘기기로 했다. 당장의 증여세가 적지 않지만 2028년, 2029년까지 들고 있을 때 쌓일 보유세와 결국 치러야 할 이전 비용을 함께 따진 결과다. 강 팀장은 "좋은 자산을 현금화하기보다는 가족 안에서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고자산가들의 자산운용 분위기는 수익률만 보기보다 자산 이전과 보존까지 함께 고려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단순히 어떤 자산이 더 오를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어떻게 보유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이전할 것인지까지 포함해 자산관리 전략을 짜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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