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9일 8개 금융협회·중앙회와 다크패턴 예방 상시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열고 268개사 자체점검에서 확인된 775건의 사례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금융사가 온라인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 사례가 775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업계와 상시협의체를 꾸리고 적발 사례의 시정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9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등 8개 금융협회·중앙회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과 '다크패턴 예방을 위한 상시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시행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에 따른 업계 자체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협의체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다크패턴은 제한된 온라인 화면에서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에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눈속임 상술'을 뜻한다. 특히 금융상품은 한 번 계약하면 거래 기간이 길고 금액도 큰 만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은행 198건 최다…오도형 절반 넘어

금융업계가 총 268개사를 대상으로 자체점검한 결과 다크패턴 사례는 모두 775건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1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 159건 △카드 118건 △저축은행 91건 △생명보험 81건 △손해보험 63건 △캐피탈 49건 △핀테크 9건 △신협 7건 순이었다. 점검 대상은 은행 19개사, 증권 60개사, 생명보험 22개사, 손해보험 16개사, 카드 8개사, 캐피탈 52개사, 저축은행 80개사 등을 포함한다.

유형별로는 소비자가 착각하거나 실수하도록 유도하는 '오도형'이 4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보 확인이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방해형'이 223건으로 뒤를 이었다. 두 유형을 합하면 전체의 87.5%에 달한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압박형'은 87건, 예상하지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편취유도형'은 10건이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에게 '동의하고 진행' 버튼을 '동의 안 함' 버튼보다 눈에 띄는 색상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금융사의 의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선택 버튼의 색상 등을 동일하게 구성하도록 조치했다.

선택적 동의를 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팝업을 다시 띄워 동의를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카드 발급 신청이 끝나기 직전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을 안내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의사를 재확인하는 팝업 등을 삭제하고, 계약 과정에서 불필요한 광고를 필수 절차로 오인하지 않도록 금융상품 가입을 마친 뒤 광고를 노출하거나 관련 광고 자체를 없애도록 했다.

적발로 안 끝낸다…상시협의체 가동

금감원은 이번 점검 과정에서 금융사의 다크패턴 관련 인식은 높아졌지만 온라인 판매 과정에 다크패턴이 개입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가이드라인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업권별로 해석에 혼선이 발생한 점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예컨대 선택 버튼의 색상을 완전히 동일하게 해야 하는지,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서로 다른 색상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문의가 이어졌다.

이에 금감원은 8개 금융협회와 상시협의체를 운영하며 자체점검에서 발견된 다크패턴의 시정을 촉구하고 개선 상황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다크패턴 예방·대응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모범규준 등 자율규제 방안도 논의한다. 회사와 업권에 따라 가이드라인 적용이 달라지지 않도록 사례 중심의 Q&A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욱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 부원장보는 "다크패턴은 금융회사의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금융업계 전체가 인식 전환을 통해 신속히 시정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크패턴을 스스로 예방하고 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체계 구축·운영이 핵심이라며 상시협의체를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