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사진)와 배우자 이모씨가 이혼하라는 1심 판결이 9일 나왔다. 권 CVO가 이씨에게 분할해야 하는 재산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사진=머니투데이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이혼 소송 결과가 4년 만에 나왔다. 법원은 두 사람이 이혼하면서 권 CVO가 보유한 회사 주식의 35%를 이씨에게 분할하도록 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2조5000억원 규모다. 국내 이혼·재산분할 소송에서 나온 재산분할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정동혁)는 9일 이씨가 낸 이혼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고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또한 권 CVO가 소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이씨에게 지급하고, 650억원의 현금을 따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이씨 측은 권 CVO에게 유책 사유가 있다며 2022년 11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권 CVO는 이혼을 원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하게 된 경위,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책임 정도도 대등하다고 봐 이씨의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초기 창업과 경영에 관여하고 20년 결혼생활 동안 자녀 양육을 하며 재산 형성에 기여했으므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지분의 절반을 분할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 CVO는 대학교 재학 시절 이씨와 만나 2001년 결혼했다. 이듬해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씨는 2002년 7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로 등기됐으며 설립 초기 자본금 5000만원 중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씨의 지분은 2010년 텐센트에 전량 매각됐다.

권 CVO는 이씨가 공동 창업자가 아니며 출자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기업 가치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건 이씨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라고 주장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설립 후 2007년까지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다가 그해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이듬해 중국에 진출하면서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이 게임은 현재 8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누적 매출은 22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나온 게임 로스트아크 역시 국내외에서 흥행했다. 지난해 스마일게이트 매출 1조4365억원의 대부분은 이 두 게임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회사의 설립과 성장 과정, 이씨가 전신인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이사로 재직한 이력,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것으로 볼 때 재산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것"이라고 했다. 분할 비율은 이씨 35%, 권 CVO 65%로 정해졌다. 회사 설립과 경영 과정에서 내려진 판단이 성장을 좌우한 만큼 권 CVO의 기여가 더 많다고 본 것이다. 또 주식이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점, 이씨의 지원이 있었던 점, 최근 다른 사건에서 자회사였던 스마일게이트알피지(RPG)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점, 혼인 기간과 파탄 경위, 양측의 나이와 경제력 등을 두루 참작해 재산분할 비율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가액을 7조1490억원으로 판단했다. 권 CVO 자산의 96%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상장 주식이라 처분 자체도 쉽지 않다고 보고 현금이 아닌 주식 현물 분할을 택했다. 권 CVO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일부를 넘겨도 회사 지배권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주식 현물 분할의 근거가 됐다.

자녀 양육은 당사자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양육자로 이씨가 지정됐다. 권 CVO는 이달부터 매월 말일 양육비로 6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 CVO가 지급해야 할 주식 가액은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이혼·재산분할 소송 재산분할금 역대 최고액이다. 기존 최고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책정된 944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