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은 경찰이 수사 1년 만에 신청한 김병기 무소속 의원 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피의자(김 의원)에 대한 최종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까지 약 5개월간의 수사 경과를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경찰이 마지막 소환조사 뒤 5개월간 영장 신청에 늑장을 부리면서 영장 반려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1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가 김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지난해 9월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그만두고 당에서 제명된 올해 1월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김 의원을 7차례 소환조사했고, 지난 4월10일 마지막 조사 이후 5개월 만인 이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의원이 소환조사에 계속 응한 데다 영장 신청이 장기간 지체되면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법원에 소명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또 경찰은 ▲차남 취업 및 숭실대학교 편입학(특가법상 뇌물) ▲강선우 의원 공천헌금 1억원 수수 묵인(업무방해) ▲신라레저 후원금 수수(뇌물수수 등)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뇌물수수 등)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업무상 배임 등) 등 5개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는데, 이 중 일부 혐의에 대해서 검찰은 증거 보강을 위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의 '늑장 영장 신청'을 두고 경찰 지휘부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4월 김 의원에 대한 마지막 소환조사 뒤 김 의원의 일부 혐의를 먼저 송치하려 했지만, 국가수사본부가 13개 의혹을 일괄 처리하는 쪽으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6·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개입 논란을 의식해 김 의원 수사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의 정점에 있는 피의자는 마지막에 한두 번 부른 뒤 신병 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핵심 피의자를 여러 차례 소환조사했다는 것 자체가 수사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는 뜻"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검경 협조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를 두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기록을 검토해 필요한 보완수사를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불구속 송치 여부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부정한 상황에서 보완수사가 이뤄지더라도 불구속 기소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경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늑장 영장 신청'으로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기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방시혁 의장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다섯 차례에 걸쳐 소환조사한 경찰은 5개월이 지난 올해 4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에서 반려됐다. 경찰은 수사 21개월 만인 지난 3일 방 의장을 불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