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4명째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검증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3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지명된 지 14일 만이다.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낙마다. 지난해 7월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됐고,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올해 1월에는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됐다.



앞선 세 사람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용 전 후보자는 청문회에도 서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청문회 전 낙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용 전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사실은 지명 당시부터 공개돼 있었고 의원직을 유지할지는 본인에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였다. 용 전 후보자는 10일 겸직은 법이 허용한다며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흘 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이유로 결단을 요청하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대]와 통화에서 "장관이 되면 의원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문제가 될 게 뻔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지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픽'하면 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세 후보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진숙 전 후보자의 제자 논문 표절·가로채기 의혹은 지명 전에도 공개돼 있던 논문에서 나왔다. 이진숙 전 후보자 측은 충남대 총장 임용 때 검증을 거쳤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혜훈 전 후보자의 12·3 비상계엄 옹호 논란도 공개된 자리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었다. 이혜훈 전 후보자는 논란이 커지자 거듭 사과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장전입 같은 건 요즘 문제 삼는 경우가 없다"며 "이 정도로 느슨해졌는데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좌진 갑질 논란은 평판 조회를 통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강 전 후보자는 전직 보좌진의 폭로로 논란이 커지자 청문회에서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나머지 의혹은 부인했다. 강 전 후보자 사퇴 다섯 달 뒤 지명된 이혜훈 전 후보자에게도 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자 주변 인물을 상대로 평판을 사전에 취합하는 절차가 매뉴얼에 있는지 봐야 한다"며 "너무 소수의 사람만 인사 검증 과정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정부 부처 전체에서 크로스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봤다. 그는 "여당은 무조건 감싸고 야당은 반대만 하다 보니 자질이나 정책은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단계에서는 세금이나 음주운전 같은 기본적인 도덕성 문제를 여야가 비공개로 걸러내고 2단계에서 자질과 정책, 비전을 생중계로 검증하면 인사청문회 제도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