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통째로 옮기고 있는 모습. /사진=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영상 캡처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 개발에서 양산과 현장 검증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세계 생산거점을 활용해 아틀라스의 투입을 확대하고 실전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도 산업현장 상용화는 초기인 만큼 누가 먼저 실제 공장에서 성능을 입증하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 글로벌 생산거점에 아틀라스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페트르 미흐니크 현대차 체코생산법인(HMMC) 행정부문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체코 노쇼비체 공장의 아틀라스 도입 시기와 관련해 "보스턴다이내믹스 및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 운영 여부나 생산라인 투입의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아 도입 가능성을 협의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체코공장은 현대차의 유럽연합(EU) 역내 유일한 완성차 생산기지로 투싼과 코나, i30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틀라스의 본격적인 현장 투입은 2028년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공장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보틱스 공장도 2028년 가동해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최종 목표는 생산 현장에서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것이다. 정해진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변수에 대응하면서 작업 성공률과 안전성, 사이클타임 등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망은 아틀라스 상용화의 강점으로 꼽힌다. 전 세계 완성차·부품 공장에 아틀라스 적용을 확대하면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쌓고 성능을 안정화할 수 있다. 현장 레퍼런스가 쌓일수록 외부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현대차·기아 등 계열사 수요가 초기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사업성을 입증하려면 비계열 제조기업으로 공급처를 넓혀야 한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대회에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단체 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현재 글로벌 산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은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다. 세계 최대 수준의 휴머노이드 출하량을 기록한 중국 유니트리도 산업현장 적용은 제한적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매출 가운데 산업 응용 비중은 9.01%에 그쳤다. 대부분은 연구·교육(73.6%)과 상업·소비(17.4%) 용도였다.

테슬라도 옵티머스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다.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량생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초기 생산분도 훈련 데이터 수집과 기능 개발에 활용할 계획인 만큼 양산 안정화와 현장 검증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승부처는 양산 능력과 현장 적용 경험이 될 전망이다.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휴머노이드를 실제 제조현장에 투입해 숙련 작업자의 움직임을 학습시키며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는 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선택되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오류를 얼마나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양질의 현장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