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찾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셔틀버스 차창 밖으로 사람의 '혈관'처럼 촘촘히 얽힌 배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부지에는 20만 개 이상의 배관이 뻗어 있었다. 배관을 따라 원유와 석유제품은 98개 공정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버스에서 내려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정실에서는 공정 운전 상태와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살피는 모니터링이 한창이었다. 보드맨이라고 불리는 운전원들이 4조 2교대로 천 개에 가까운 모니터를 24시간 내내 확인하고 있었다. 배관이 혈관이라면 조정실은 현장을 관찰하고 운전 조건을 최적화하는 공장의 두뇌 역할을 수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장 두뇌를 '듀얼 브레인'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듀얼 브레인은 AI의 실시간 분석 능력과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판단을 결합한 운영체계다. AI가 24시간 공정·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와 최적화 방안을 제안하면 엔지니어가 현장 상황을 검토해 최종 판단한다.
HOU 조정실에는 일부 AI 센서가 적용돼 있으며 유동층접촉분해공정(FCC) 등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제품 품질 등을 고려해 최적의 운전 조건을 제안하는 AI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울산CLX의 공정은 복잡하고 규모도 방대하다.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 전환(AX)을 서두르는 이유다. 울산CLX는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원유 처리시설이다. 단지 안에는 SK에너지의 정유 설비와 함께 SK지오센트릭의 나프타분해설비(NCC), SK엔무브의 윤활기유 공장이 들어서 있다.
한 공정의 운전 조건을 바꾸면 다음 공정에 공급되는 제품의 양과 성질이 달라져 최종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준다. 전체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운전 조건을 조절해야 하는 만큼 운영이 복잡하다.
약 830만㎡에 이르는 부지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울산CLX에서는 하루 3000명의 작업자가 움직이고 연간 33만건의 작업이 이뤄진다. 부지 곳곳에서 동시에 작업이 진행돼 작업자의 안전과 설비 상태를 면밀히 살피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숙련 인력 퇴직에 따른 공백도 커지고 있다. 공정 최적화·설비 이상 대응 등 60여년간 현장에서 쌓인 노하우는 사람의 경험으로 남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세대교체와 노하우 전수는 제조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창훈 SK에너지 제조AI추진팀장은 "설비 운전 30년차와 5년차의 역량은 차이가 크다"며 "숙련 인력의 경험·지식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반영해 경력이 짧은 운전원도 적절한 판단과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듀얼 브레인 구현을 위해 ▲생산최적화 AI ▲유틸리티 최적화 AI ▲설비이상 예측 AI ▲정비계획 AI ▲쉴드(SHEild) 등 5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생산최적화 AI는 공정 데이터를 24시간 분석해 최적의 운전 조건을 제안한다.
공정 운영에 필요한 스팀·전력·용수 사용량은 유틸리티 최적화 AI가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두 과제를 통해 생산 효율은 높이고 에너지 비용은 낮춰 울산CLX의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설비 관리는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회전기기 모니터링 플랫폼 'SKADI'가 설비의 진동과 온도 변화를 감시하고 이상 징후와 원인을 파악한다. 정비계획 AI는 이를 토대로 최적의 정비 시점과 작업 계획을 현장 엔지니어에게 제안한다.
영상관제 시스템 SHEild와 영상인식 AI를 결합해 현장 안전 관리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AI가 CCTV, 설비 센서, 순찰 드론·로봇 등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현장의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울산CLX는 2028년까지 AI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2030년 이후 듀얼 브레인 적용 범위를 전 공정으로 넓힐 계획이다. 정 팀장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생산성 향상과 설비 가동정지·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6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출발한 울산CLX를 60년 뒤에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뉴스언팩] 커지는 경찰권력, 견제는 충분할까? / 군인 고객 모시러 나서는 은행들](https://i.ytimg.com/vi/zrGdDM_g8ZQ/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