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LG화학 반도체 스트리퍼. /사진제공=LG화학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반도체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반도체 소재 제품군과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롯데케미칼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등 서로 다른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9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3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에는 183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중동 전쟁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른 가운데 전쟁 이전 낮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를 투입하며 마진이 개선되는 '래깅 효과'가 발생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증가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전쟁 기간 고가에 사들인 원료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내려가며 마진이 악화하는 역래깅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량을 줄였던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제품 생산·수출을 재개하며 공급과잉도 다시 심화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반도체 소재를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정밀화학 소재기업 장화웨이와 반도체용 초고순도(HP)-이소프로필알코올(IPA)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HP-IPA는 웨이퍼 표면의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세정 소재다. 미량의 불순물도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높은 순도가 요구된다.

양사는 LG화학이 전남 여수공장에서 생산한 고순도 C3-IPA를 공급하면 장화웨이가 이를 HP-IPA로 정제하는 협력 구조를 구축한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에 소재를 공급해온 장화웨이와의 협력을 계기로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테크놀로지와 반도체용 스트리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스트리퍼는 반도체 회로 형성 과정에서 사용한 감광액과 잔여물을 제거하는 소재다. LG화학은 기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축적한 스트리퍼 기술을 반도체용으로 확장하며 소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롯데케미칼은 반도체 현상액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가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합작사 한덕화학은 지난 6월 경기 평택 포승지구에 1300억원 규모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공장을 착공했다. 기존 울산공장에 이은 두 번째 생산거점이다. TMAH는 웨이퍼에 도포된 감광막의 일부를 녹여 회로 패턴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화학 용액이다.

롯데케미칼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원료 수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이 기초 원료인 염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C)을 공급하면 한덕화학이 이를 가공해 TMAH를 생산하는 구조다. 여기에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평택공장이 가동되면 물류비를 줄이고 고객사 수요에 한층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불안정한 중동 정세로 기업들의 고부가 소재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며 "특히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소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신규 제품 개발부터 생산능력 확충까지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