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취임 초 6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고, 부동산·인사 논란에 여권 내부 갈등까지 겹친 시점이다. 이번 회견은 단순히 국정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심 이반의 이유를 직시하고 국정 운영을 가다듬어야 하는 시험대였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국민이 언제나 옳다"고 말했다. 올바른 상황 인식이지만, 회견에 대한 평가는 이후 정책과 인사에서 무엇을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일부 현안에서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은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자신에게 연임의 길을 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현직 대통령의 권력 연장 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고, 동력이 떨어진 개헌 논의를 다시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임기 단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날 별다른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힌 것도 필요한 원칙 천명이다. 중동 정세와 한·미 관계를 고려하면 해상 안전, 교민 보호, 동맹 협력의 요구는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쟁의 한복판에 성급히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익과 국민 안전, 활동의 목적과 위험, 국회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투명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청해부대의 임무나 활동 범위를 조정하는 경우에도 명확한 경계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민심의 불신을 온전히 씻어내기에는 한계와 아쉬움도 남겼다.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의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불필요한 정치 공방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발언이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임기 중 공소취소를 추진하지 않겠다거나 퇴임 후 재판을 받겠다는 식의 불가역적인 선언으로 논란의 싹을 완전히 잘라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특검의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은 향후 또 다른 정치적 공방과 후속 논란을 낳을 여지를 남겼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투기공화국을 벗어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세제·대출 정책의 혼선으로 커진 실수요자의 불안에 대한 자성은 충분하지 않았다. 민심을 듣겠다고 하면서 기존 정책 기조만 되풀이한다면 불통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회견 당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56%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과 인사가 가장 많이 꼽혔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점에서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대통령의 약속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이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제기된 의혹과 자질 논란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인사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 익숙한 사람이나 좁은 진영에 기대는 인사가 반복되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정 철학에 공감하면서도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라면 진영 밖에서도 폭넓게 찾아야 한다.
만기친람 우려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길 시간도 역량도 없고, 부처에 권한을 주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나온 배경에는 국무회의 등에서 세세한 사안까지 직접 지적하거나 즉흥적 의견을 내놓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부처에는 지침으로, 시장에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당장의 성과를 서두르다 정책 혼선과 부처의 책임 회피를 낳아서는 안 된다. 일상 행정은 부처가 책임 있게 처리하도록 맡기고, 사회적 갈등이 큰 난제는 충분한 숙의와 토론,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의 책임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은 이날 경제성장의 성과도 강조했다. 경제의 성과는 정부 정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와 기술 혁신, 시장의 활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불필요한 규제와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부터 걷어내고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간섭도 경계해야 한다.
아직 집권 2년차다. "국민이 언제나 옳다"면 그 말을 국정 운영의 변화로 입증해야 한다. 민심을 더 겸허히 듣고, 시장을 존중하는 정책과 국민이 납득할 인사,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국정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회견이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일회성 소통이 아니라 '국정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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