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동행'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보상 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 내부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으로 반도체(DS)부문과 완제품(DX)부문의 균열이 커진 가운데 노조 집행부 간 각종 비위 의혹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하고 있어서다.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노조 본연의 역할보다 조직 내 주도권과 이권을 둘러싼 다툼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원삼성'의 가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노조의 내부 분열 심화로 자칫 성장동력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최근 조합원 투표를 통해 삼성전자 노조의 조직 범위를 DS부문 중심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반도체 중심 노조로 전환하는 셈이다. 지난 5월 임금협상 타결 이후 DS와 DX 간 성과급 등 보상 수준의 격차가 부각되면서 DX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 이번 조직 재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조합원 투표에서는 DX부문 소속 간부 2명에 대한 불신임 안건도 가결됐다. 이들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해 온 인사들이다. 집행부를 비판해 온 인사들이 불신임 대상이 되고, 기존에 DS와 DX를 아우르던 노조가 DS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내부 갈등이 조직 분리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집행부 간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노조 물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과 노조 법인카드 사용으로 발생한 포인트·마일리지 등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이다. 의혹을 제기한 측은 관련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최 위원장 측은 거래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으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업체를 선정했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사실관계는 향후 수사나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도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차기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일부 운영위원과 대의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선거 규정 제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위원장 권한대행이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규약을 위반해 노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이에 맞서 동행노조는 진정서를 제출한 이들에 대한 조치로 전국 지부장의 업무를 중지하고 사무국장과 일부 대의원에 대해 해임·제명의 징계 처분 예정 통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선거 절차다. 일부 대의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선거관리 규정이 대의원회의에서 부결됐는데도 현 집행부가 선거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부 반발에도 동행노조는 21일부터 차기 집행부 선거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강행되면서 노조 내부의 법적·행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간 불협화음에 따른 균열 심화로 내부 결속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와 중국 업체들의 추격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조직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노조의 모습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노사협상보다 조직 내 주도권과 이권을 둘러싼 알력 다툼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결국 피해는 조합원과 회사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