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오토차이나' BYD 부스에서 관람객이 덴자의 Z 컨버터블 전기차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 전기차의 미국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완성차 업체의 현지 생산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미국의 규제 완화 여부가 시장 진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국차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기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 주석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다. 중국 측 경제사절단으로는 왕촨푸 BYD 회장을 비롯해 CATL, 샤오미 등 중국 자동차·배터리 업체 경영진이 동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 수장의 미국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과 연계된 소프트웨어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커넥티드카의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까지 시행하며 사실상 중국차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방미 기간 대중 자동차 규제 완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커넥티드카 규제는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에도 적용된다.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과 판매가 현실화하려면 관련 규제를 조정하거나 별도의 허용 조치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현지 생산 물량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중국차는 판매 제한만 풀려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에서 중국 브랜드의 신차 점유율은 9%를 넘어섰다. EU와 달리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영국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신차 등록의 15%를 차지했다.

북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올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100% 추가 관세를 없애고 연간 4만9000대까지 6.1%의 최혜국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관세를 적용받는 수입 물량은 매년 6.5%씩 확대된다.

이에 BYD는 캐나다 딜러 6곳 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체리자동차는 올해 4분기 판매를 목표로 차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소비 성향·시장 구조가 비슷한 만큼 캐나다가 향후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위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차가 캐나다를 넘어 미국까지 진출할 경우 현지 완성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생산능력을 확대해온 현대차·기아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역시 최근 미국이 관세와 시장 진입 장벽을 유지하지 않으면 유럽과 같은 중국차 공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중간선거 전 새로운 중국을 끌어들여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은 지속적인 신뢰를 갖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결국 관세 정책에 기대기보다 제품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빠르게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