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탄 SK온 원소재구매실장(왼쪽)과 이병희 엘앤에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LFP 양극재 구매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엘앤에프


국내 배터리업계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탈중국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중국산 소재를 배제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소재업체와 잇달아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국산 소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 17일 엘앤에프와 약 16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로, 공급받은 소재는 국내 서산공장과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양사는 시장 상황과 수요 등을 고려해 이후 최대 3년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지난 3월 엘앤에프와 내년부터 3년간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받은 양극재는 미국 인디애나주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투입된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LFP 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고 양극활물질 생산 비중도 약 85%에 달했다. 특히 LFP 양극재와 전구체 생산능력은 여전히 중국에 거의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공급망의 비중국화가 중요한 변수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수주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LFP의 미국 현지 생산과 국내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국내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 이어 2027년부터 초기 1GWh 규모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과 LFP 소재 공동 기술개발 및 단계적인 공급망 협력도 추진한다.

북미에서도 생산능력 확대가 진행 중이다.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비중국 현지 생산 및 공급망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양극재를 넘어 전구체와 리튬 등 배터리 원재료로 탈중국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LFP 배터리는 양극재뿐 아니라 전구체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양극재만 국산화해서는 공급망 전반의 대중국 의존을 낮추기 어렵다. 국내 소재업체의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호주·캐나다 등 우호국과의 원재료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셀 생산능력 못지않게 어떤 소재를 어디에서 조달하느냐가 북미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