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HL그룹 회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HL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씨 빈소를 조문한 뒤 유족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62일 만에 유족 앞에 섰다. 사고 이후 정 회장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정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고 김승모 씨(28)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성현 부회장 등 경영진이 동행했다.



정 회장은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유족에게 따로 전달해 사과의 뜻과 재발방지 의지를 밝혔다. 김씨의 아버지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자 정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조문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사와 대책위원회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성사됐다. 유족과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HL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정 회장의 직접 사과 ▲노조가 참여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불법파견 수사 협조 ▲유가족 배·보상 등에 합의했다.

앞서 HL만도는 2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사과 성명과 종합 안전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유족과 대책위가 현장에서 항의하면서 무산됐다. 유족 측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사과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반발했고, 회견장에 들어서려던 경영진은 발길을 돌렸다.



HL만도는 이날 안전 대책을 서면으로 발표했다. 외부 안전전문기관과의 합동 전수진단을 매년 실시하고 지적 사항은 로드맵을 세워 관리하기로 했다. 공장 내 인체감지 CCTV와 외주공사 위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이동형 CCTV를 도입하는 등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노사가 함께 현장 위험을 점검하는 '노사 합동 세이프티 워크'를 추진하고 노동조합이 위험성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7월22일 평택시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부품 가공 기계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김씨가 기계 내부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원청 직원이 설비를 시운전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7일과 이달 14일 평택공장과 판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