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담합을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기업에 영업정지·등록취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입법 과정에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기능을 해치는 담합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지만, 자칫 시장퇴출이 시장 참여자를 줄여 오히려 경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가격재결정명령'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진신고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 감면 혜택을 삭제하는 방안 등이 함께 담겼다. 지난달 공정위가 발표한 '하반기 업무보고'에 들어 있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등록취소·영업정지 처분 대상은 안전·에너지·환경·운송 분야 17개 업종이다. 소방시설업·전기공사업·설계감리업·측량업 4개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가 모두 가능하고 나머지는 영업정지만 할 수 있다. 공정위가 해당 업종 기업의 반복적인 담합행위를 적발해 소관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조치를 요청하면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처분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같은 '구조적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 수준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 이후부터다. 지난 4월에는 담합 과징금 하한을 최대 20배 올리고 반복 위반에는 최대 100%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이달 들어서는 반복담합 기업의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지침을 행정예고한 데 이어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 접수된 자진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감면율을 100%에서 75%로 낮추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공정위가 담합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기존 제도만으로 반복담합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과징금 위주의 처분으로는 담합으로 기업이 얻는 이익에 비해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3~2025년 과징금 100억원 이상 담합 13건을 분석한 결과 관련 매출액은 19조4126억원이었는데, 부과된 과징금은 5446억원으로 관련 매출액 대비 2.81%에 불과했다. 일각에서 '담합 면허세'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제재 수준을 강화하는 정책이 현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담합행위 근절 취지와 달리 오히려 경쟁이 위축되는 등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업종에 따라서는 한 곳이 영업을 멈춘다고 새 업체가 금방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한 기업을 퇴출시킨 영향으로) 경쟁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또 원자재 값이 오르내리면 업체들 가격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업종이 많아 정당한 가격 조정과 담합을 가르기도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제도가 개편되면 앞으로는 스스로 담합행위 가담 사실을 신고한 기업도 시정조치 감면을 받을 수 없다. 자진신고의 혜택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라 신고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진신고 제도는 공정위가 담합을 잡아내는 주된 경로다. 결국 담합 적발 자체가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도 이번 제도개편 방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합행위 억지력은 제재의 강도뿐 아니라 적발 가능성의 영향도 받는다. 공정거래 분야의 한 전문 변호사는 "기업이 자진신고를 결심하려면 감면을 얼마나 받을지 계산이 서야 한다"며 "담합에 가담했던 기업이 점점 신고를 하지 않게 되면서 담합행위 적발이 늦어지고 담합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 피해가 커질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조치와 관련, 법원에서 집행정지 사건을 다투는 일이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영업정지는 과징금보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요건을 채우기 쉬워서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늘 수 있다"며 "소송에 발이 묶이면서 제도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입법 과정에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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