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이재명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석인 가운데 사실상 '원톱'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물경기 회복과 물가 관리, 청년고용 등 민생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재경부 제1차관에서 부총리로 직행한 이 부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22일 별도 취임 행사 없이 사내방송 영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오늘부터 차관실에서 부총리실로 문턱 하나를 넘어설 뿐"이라며 "대한민국이 마주한 경제 상황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도, 국민에 대한 책임도 어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온 일들이 그대로 제 책상 위에 있다"고 했다.
우선 체감 실물경기 회복이 이형일호(號)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2.6%)보다 0.6%포인트(p) 높은 3.2%로 제시하는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빼면 산업 전반과 내수는 부진하다. 국가데이터처의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자부품 생산이 전월보다 20.7% 급증한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1.3% 줄어 2022년 2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2.4% 하락했다. 이 부총리도 취임사에서 "경제 성장은 숫자만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과 성장의 온기가 국민 삶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일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물가도 관리해야 한다. 물가는 민심과 직결되는 만큼 이 대통령이 이 부총리에게 특별히 주문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보고받은 뒤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이 부총리에게 "(추석 물가를 못 잡으면) 재경부 장관 지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라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농축수산물은 2.6% 내리며 6년 9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는 3.4% 올라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8월 휴대전화 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0.58%p)가 반영된 수치지만 국가데이터처는 이를 빼도 상승률이 2.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변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분기 말 배럴당 68.29달러까지 내려갔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16일 128달러까지 치솟았다. 22일 기준 111.2달러로 내려왔지만 중동 정세에 따라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13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유사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여서 운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에서는 청년층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4000명 늘었고 15~64세 고용률은 70.4%로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1%로 28개월 연속 하락했고 실업률은 5.4%로 2022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부총리도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부총리로서 제1과제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것은 청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부총리의 정책 조정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일 물러난 뒤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산업·금융·세제·노동에 걸친 경제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기획예산처 분리로 예산 권한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같은 청문회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총리가 확고하게 중심을 잡지 못하면 정책이 중구난방이 되고,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며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주도권을 쥐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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