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대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이 제2의 미투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 정문의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 사교클럽에서 벌어진 사건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번 사건은 SNS상에서 "아이 엠 제인 도(I am Jane Doe·내가 제인 도다)"라 불리며 제2의 미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2024년 10월19일 코넬대 '카이 파이' 사교클럽 하우스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여성 '제인 도'(신원을 밝히지 않는 여성을 지칭할 때 흔히 쓰는 가명)는 사교클럽 파티에서 술과 약물을 투여받아 심신상실 상태에서 남성 회원 여러 명에게 집단 성폭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당시 회원들 단체 채팅방에는 피해자 비하, 범행 참여 유도 메시지 등이 공유된 정황이 확인됐다.



사건 발생 후 대학 내에선 징계 조사가 진행됐지만 형사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고 가해 학생들은 에세이 작성 등 미온적 처벌을 받고 끝났다. 이에 피해 여성은 지난달 코넬대와 가해 남성 7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코넬대 교지 학보사는 해당 사건에 대한 녹취록, 증거를 공개했고 미 뉴욕주 특검이 지난달 28일 재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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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사건이 왜 미투 현상으로 이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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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측은 가해 남성 7명에게 퇴학·정학 등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사진은 캐시 호컬 미국 뉴욕주지사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코넬대 성폭행 사건 조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모습./로이터=뉴스1


이번 사건 가해자 남성 7명 중 2명만 퇴학 처리 됐고 일부는 에세이 제출 등 가벼운 처벌을 받고 끝났다. 이에 코넬대 학생들은 징계와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학교 측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에게 퇴학·정학 등 중징계를 내렸고 에세이 작성 징계를 받은 학생은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 주장에도 코넬대 학생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지난 1일 학생공청회에서는 대학 지도부 책임을 주장하며 총장 사퇴까지 요구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마이클 코틀리코프 코넬대 총장은 학생들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투명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코틀리코프 총장은 캠퍼스 내 사교 클럽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코넬대 내 사건 조사, 징계 처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해당 사건이 SNS상에서 확산되면서 제2의 미투 운동 연장선으로 번지고 있다. 가해 남성 7명에 대한 실명은 민사 소장에 기재됐고 코넬대 학보에서도 보도됐다. 피해 여성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가해 남성들 실명이 공개된 점을 들며 피해 여성 신원도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SNS상에선 "아이 엠 제인 도"라는 연대 운동이 일어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4일 이러한 연대 양상에 대해 "약 10년 전 전 세계를 흔들었던 #MeToo(미투) 운동이 최고조를 찍었던 당시 에너지와 분노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션 매거진 보그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교클럽 시스템 구조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며 남성 사교클럽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거 미투 사건은 언론 폭로, 유명인 고발로 시작됐다면 이번 사건은 그 궤가 다르다. 유출된 조사 문서가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커졌다. 이에 SNS 메커니즘을 역으로 활용해 기관의 은폐 시도를 무력화하고 특검 재수사까지 끌어낸 새로운 형태의 미투 운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