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본부. FDA 허가는 글로벌 신약 시장 진출의 관문으로 꼽히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보완과 재도전을 거쳐 허가 획득에 나서고 있다./로이터=뉴스1


"신약개발은 실패를 견디면서 끝까지 나아가는 싸움입니다." 최근 만난 한 제약사 관계자의 말이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허가,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신약개발의 특성을 압축한 표현이었다.

신약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익숙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한 번의 임상 실패나 허가 좌절을 신약 가치와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 전체로 연결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HLB는 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네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세 차례 FDA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최근 제조시설 실사가 자발적 시정 상태(VAI)로 마무리됐고 지난달에는 담관암 신약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승인을 받았다. 반복된 좌절만으로 기업 전체의 연구개발 역량을 재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도전 끝에 FDA 문턱을 넘은 사례도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는 세 번째,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두 번째 도전 끝에 각각 승인을 받았다. GC녹십자는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세 번째 도전한 끝에 '알리글로' 허가를 획득했다. 애브비의 파킨슨병 치료제 '바이알레브' 역시 두 차례 보완 요구 뒤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 신약개발 역량은 높아졌지만 FDA 허가와 현지 상업화까지 완주한 경험은 아직 많지 않다. 후기 임상과 허가, 판매망 구축 비용과 위험 부담 탓에 기술수출을 택하는 기업은 적지 않다. 실패와 보완, 재도전의 경험 역시 K바이오가 축적해야 할 경쟁력이다.



물론 모든 실패를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다. 임상 설계의 문제인지, 제조 공정의 문제인지, 시장 전략의 문제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보완했느냐다.

혁신 신약에 도전하는 기업이 계속 나오려면 실패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성공은 자산이 된다.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K바이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쌓아야 할 자산 목록에는 실패와 재도전의 경험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