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D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D램보다 메모리 셀 면적을 줄이는 차세대 구조를 적용한 제품을 연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범용 시장 확대에 집중해온 중국이 기술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K반도체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올해 말까지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메모리 모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4F²는 D램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메모리 셀의 면적을 줄이는 기술이다. 현재 업계 주류인 6F² 구조와 비교해 셀 면적을 이론적으로 약 33% 줄일 수 있다. 같은 면적의 반도체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집적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CXMT는 자체 개발한 수직형 서라운드 게이트(VSG) 트랜지스터 기술을 통해 전류 누설 등 미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고 집적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D램에 4F² 또는 유사한 구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을 차세대 미세공정에 적용해 2028년 양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개된 일정만 놓고 보면 CXMT가 삼성전자보다 2년가량 앞서는 셈이다.
CXMT가 첫 적용 제품으로 서버용 DDR5 등록형 메모리 모듈(RDIMM)을 택한 점은 사업 전략의 변화를 보여준다. 서버용 메모리는 데이터센터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고속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경쟁력을 쌓아온 시장으로, 범용 D램과 모바일 메모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온 CXMT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는 CXMT의 기술 개발이 양산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차세대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수율과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면 범용 D램뿐 아니라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중국의 메모리 자립 정책과 생산능력 확대가 맞물릴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 사양과 성능, 실제 출시 시점은 물론 양산 규모와 수율도 공개되지 않았다. 서버용 메모리는 성능뿐 아니라 신뢰성과 품질 검증, 고객사와의 공급 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서버용 반도체는 범용 반도체보다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로 중국 기업들이 진입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분야인데 CXMT가 실제로 제품을 출시한다면 아무래도 시장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이 자체 서버에 자국산 제품을 우선 도입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추격 속도가 과연 중국의 자체적인 인력만으로 가능하느냐는 점"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력들이 엄청나게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국내 인력 유출을 철저하게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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