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사옥. /머니투데이


상급자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공군 부사관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이 부대 관리 소홀에 대한 정밀진단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유족이 제기한 진정은 기각했지만, 공군참모총장에게 병영 갈등이 발생했을 때 부대 관리 소홀 여부를 진단하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공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소속 A 하사는 선임 B 원사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024년 7월7일 강원도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 원사는 2023년 12월 25일부터 약 2년간 "(후임) 똑바로 가르쳐라 XX", XX놈아" 등 욕설이 섞인 폭언을 여러 차례 일삼았고, 사망 직전까지 약 18개월 동안 부대 주기장 등지에서 A 하사를 포함한 부사관들의 어깨와 가슴을 주먹으로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 하사는 동료들에게 해당 선임과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고통을 호소했으나, 부대는 이를 적시에 인지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사건을 조사한 공군 군사경찰(제2광역수사대)은 조사결과보고서에 폭행·폭언을 제때 막지 못한 부대 관리 부실을 명시하고, 감찰안전실에 부대 정밀진단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공군검찰단 역시 2026년 1월 15일 가해 원사를 '직무수행 군인 등 폭행' 혐의로 기소하며 사망에 부대적 요인이 존재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소속 부대는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밀진단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군사경찰 또한 실제 공문 의뢰를 누락한 채 수사를 마쳤다. 이에 피해 하사의 부친은 군 당국의 부대정밀진단 미실시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라며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사후적으로 부대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유족의 절차적 권리를 직접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달 1일 진정을 기각했다. 다만 영내 폭행이라는 중대 범죄가 확인되었음에도 지휘계통상 관리 소홀 여부 등 부대 관리 실태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경찰이 부대 관리 부실을 지적했음에도 후속 조치가 무산된 것에는 군사경찰이 부대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부대 간 지휘계통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다고 봤다.

이에 공군참모총장에게 사망사건 수사 결과 영내 폭행 등 병영 갈등이 확인되는 경우 부대 지휘관의 평소 부대 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수사기관이나 일선 부대가 '관련 규정 미비'나 '지휘관 재량' 등을 사유로 부대 관리 소홀에 대한 진단을 누락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아울러 공군수사단장에게는 사망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작성 시 유의 사항에 대해 수사관 대상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함께 요청했다.



인권위는 "군인 사망사건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생명권 보호 의무 이행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으로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해 조사돼야 한다"며 "이러한 전제가 약화될 경우 사망 원인은 개인의 선택이나 과실로 치부되어 지휘 책임 면제라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