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화물을 싣고 북극항로 왕복 운항에 성공한 팬스타 아크로호의 모습./뉴스1


정부가 2030년 북극항로 정기 상업서비스 개통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운항을 맡을 국적 선사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운항에 따른 위험이 큰 데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선사들의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첫 시범운항 공모에는 팬스타라인닷컴(팬스타)만 응모했을 뿐 HMM과 SM상선 등 대형 선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이 북극항로 운항을 꺼리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사업적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 극지해역에서는 운항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선박 요건을 갖춰야 하고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대러시아 제재와 환경 규제, 안정적인 화물 확보 어려움도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는 후속 시범운항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운항에 참여할 선사들의 경영상 위험을 줄이는 게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을 위해 운항 비용 보조와 선박금융 우대,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형 선사들은 기존 항로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화주와의 계약, 신항로에 투입할 선박 별도 배정 등 난관이 적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지원은 시범운항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구조"라며 "이번 팬스타 운항도 유가 변동, 시범 항차 특성상 발생하는 컨테이너 장비 회수, 통항기 외 선대 운용 등 나머지 리스크는 모두 선사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팬스타는 한국해운협회 등의 권유를 계기로 올해 시범운항에 참여했다. 부산을 거점으로 한일 항로에서 카페리와 로로선(자동차 등 화물이 자체 바퀴로 직접 굴러 승선·하선하는 방식의 선박)을 이용한 신속운송 서비스를 운영해온 데다 지난 7월부터 정기 컨테이너선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일본발 화물을 부산에 모아 유럽으로 운송하는 사업 가능성도 고려해 북극항로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 행사에서 내년에는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 등으로 시범운항을 확대하고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쪽 해역을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쪽 해역을 거쳐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북서항로로 나뉜다.

두 항로는 운항 환경과 연결 시장이 달라 선박의 적합성과 화물 수요를 각각 검증해야 한다. 컨테이너선 외에 자동차운반선이나 벌크선 등을 투입하려면 극지해역 운항 요건을 갖춘 선박의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차기 시범운항 사업자를 새로 공모해 여러 선사가 운항 경험을 축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운항 결과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어서 내년 추진할 운항 횟수와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2030년까지 다양한 항로와 선종으로 시범운항을 한다는 방향만 정해져 있다"며 "내년 시범운항 계획은 올해 결과를 바탕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사업자 선정에 대해서는 "새로 또 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팬스타 측은 이번 북극항로 운항에 대해 "아직 북극항로를 위한 제도적 그릇이 갖춰지기 전이기에 누군가는 먼저 나서야 했다"며 "단기 수익이 아니라, 국내에 없던 북극항로 운항 경험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번 항해의 목적"이라고 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8월22일 부산신항에서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를 싣고 출항했다.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 등을 거쳐 10월11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50일간의 왕복 운항을 통해 기존 수에즈운하 경유보다 운항 기간을 약 10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