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포함 총 2655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말 호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입주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인 호남 클러스터 투자가 협약을 계기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은 두 차례 유찰된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을 맡는 등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전략 사업 곳곳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총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 투자 계획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203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호남권에는 425조원을 들여 광주에 새 반도체 단지를 조성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2기씩 짓는 사업으로, 정부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이 회장은 보고회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생산 거점을 앞당겨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용인 클러스터 조성 이후 호남 투자를 검토해 왔지만 두 사업을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호남 클러스터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계획대로 가동되려면 광주 군공항 이전과 전력·용수 기반 시설 마련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투자 일정에 맞춰 산단을 조성할 수 있도록 부지 추가 확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에는 삼성SDS가 나섰다. 정부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초기 투자비 부담과 까다로운 조건 탓에 두 차례 유찰됐다. 삼성SDS가 네이버클라우드·KT·카카오 등과 꾸린 컨소시엄이 3차 공모에 단독 응찰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멈춰 있던 사업이 물꼬를 텄다. 센터는 지난 8월 착공했으며 총사업비 2조5000억원을 들여 2028년 준공할 계획이다.

해외 원전 사업도 삼성의 새 활로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파워'를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원전 설계·조달·시공(EPC) 수주 기회를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대외 경제 현안 대응에서 민간 외교관으로도 뛰어 왔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워싱턴을 찾아 반도체 투자 확대와 AI 기술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0월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이튿날, 엔비디아는 한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에는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해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행보를 창업이념인 '사업보국'의 실천으로 보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보국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내세운 이념으로, 사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삼성은 반도체와 AI 인프라 등 주력 사업으로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부친인 고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직후 열린 이병철 창업회장 추도식에서 기업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선친의 뜻과 사업보국 이념을 계승하자고 사장단에 당부했다.

오는 25일 6주기를 맞는 이 선대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를 주도해 삼성 반도체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유족은 고인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원을 5년간 6차례에 걸쳐 나눠 내 올해 4월 완납했다. 2024년 한 해 국가 전체 상속세수(8조2000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기업의 성공이 국가 세수 증대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